“언론도 제주 올레길 여성 살해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제목 선정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 7월 회의가 26일 서울 소공동 한국일보 9층 회의실에서 열려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회의엔 김갑배(독자위원장) 변호사와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신종원 서울 YMCA 시민중계실장, 오승연 고려대 국제어학원 연구교수 등 4명의 위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위원들은 최근 사회에 충격을 던진 제주올레길 사건과 경남 통영 어린이 살해사건과 관련한 한국일보의 보도를 심층 진단했다.
심 위원은 “성범죄 등이 발생하면 언론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시선을 끌지만 한국일보는 차분한 헤드라인과 함께 팩트 위주의 기사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결국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보다는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담았어야 했다”며 “살인 사건에 대한 언론의 접근 방식이 천편일률적이라는 것도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심 위원은 이어 “범인이 잡히기 전에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범인의 특성 등을 알아보는 내용을 실었으나, 너무나 뻔한 인터뷰 내용과 틀에 박힌 코멘트는 신선함을 주지 못했고, 결국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났다”고 꼬집었다.
오 위원은 “올레1길 폐쇄에 이어 폐쇄회로(CC)TV 설치 등 안전대책에 치중하는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는 건 옳지 않다”며 “이런 언론의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도 한국일보의 기명 칼럼은 성급한 대책을 오히려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신선했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사색·산책의 여행문화를 이끌어 낸 게 올레길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평가보다는 치안이라는 잣대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선주자 관련 보도에 대한 냉정한 분석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대선주자들의 경선 비용을 구체적화 해 보여준 시도는 좋았다”며 “경선자금이 얼마나 모금됐으며 어떤 경로로 모였는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잘 파악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대선기사도 중요하지만 민생을 챙기는 것도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그런 점에서 노인들의 자살 문제와 고교 등록금 인상 등 관련 기사로 다양한 주제를 다룬 접근은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기사 제목의 불명확성도 언급됐다. 신 위원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두고 한국일보는 1면에‘안철수는 되고 우리는 왜 안되나’는 제목을 달았는데, 독자 입장에선 어떤 의미인지 감을 잡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신문에서 헤드라인은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는 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신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만큼 독자의 시각에서 제목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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