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의 페더러', '양궁의 피스토리우스', '로빈 후드'.
모두 한국 남자 양궁의 대들보인 임동현(26ㆍ청주시청)을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신궁 소리를 들었던 그는 어엿한 한국 양궁의 중심 축으로 성장해 새로운 역사의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임동현은 '기록의 사나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8년간 개인전 70m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 터키 양궁 월드컵에서 쏜 696점(700점 만점)이 최고 기록. 임동현은 지금껏 누구도 이루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꿈꾸고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2008년 베이징에 이어 대회 3연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 선수들 중 지금껏 올림픽 3연패를 이룬 스타는 없었다. 세계 양궁을 통틀어서도 없는 대기록에 대한 도전이다.
한국 남자 양궁의 개인전 금빛 숙원을 풀 1순위로 임동현이 꼽히기도 한다. 한국은 단체전에서 3개의 금메달 사냥에 성공했지만 개인전은 은메달이 최고 기록. 임동현은 이번 올림픽에서 개인전 메달의 한을 푼다는 각오다. 양궁 경기가 열리는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만난 그는 "이번에는 반드시 개인전 목표를 이루겠다. 남자 개인전 정상으로 전 종목 석권의 신화를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2관왕 도전의 첫 단추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시작되는 단체전부터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을 위해 2개의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중심은 임동현이다. 장영술 총감독은 임동현과 김법민(배재대) 중 누굴 1번 주자로 내세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준은 있다. '첫 발을 10점으로 쏴서 상대의 기를 꺾을 수 있는 선수'를 1번으로 배정할 계획이다. 대표팀에서 10점을 가장 많이 기록하는 선수는 당연히 임동현이다. 그는 "아테네 때는 2번, 베이징 때는 1번을 쐈다. 순번에 상관없이 제 몫을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단체전 4연패 달성은 임동현의 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해외 언론은 임동현의 믿을 수 없는 활 솜씨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시력 0.1에 불과하지만 70m 떨어진 과녁을 어김없이 명중시키고 있기 때문. 이런 이유로 임동현을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과 비교하기도 한다. 임동현은 "원시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양궁은 시력으로 하는 게 아니다. 감각으로 쏘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임동현은 학생 신분이 아닌 실업 선수로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다. 각 고등학생과 대학생 신분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무수한 국제대회 경험으로 더욱 성숙한 임동현은 개인전의 금메달 명중으로 '양궁 황제'라는 수식어에 마침표를 찍을 계획이다.
■ "2관왕의 주인공은 바로 너… 부담 없이 즐겨라"3
나의 사랑하는 제자 동현아 잘 지내고 있지? 이렇게 편지로는 처음으로 너에게 글을 쓰는구나. 너를 처음 본 게 어릴 적 초등학교 6학년 때인 것 같구나. 그때 난 충북체고 코치를 하고 있을 때였지. 그때 너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고 크고 덩치도 좋아서 그냥 코치 선생님들끼리 "그 놈 잘 키우면 운동 좀 하겠어"라고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 생각난다. 각종 대회에서 간간이 메달을 따고 원봉중으로 입학하고 나서부터 조금씩 성적을 냈지. 그리고 중 3년이 되던 해에 동계훈련을 충북체고, 청원군청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실력이 부쩍 늘었지. 첫 대회인 종별 선수권대회 4관왕을 시작으로 대회마다 메달을 땄었지.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하고 도전하려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면서 중3 종합선수권대회부터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모두 통과했지. 대표팀 막내에서 대표팀의 대들보로 성장한 너의 모습을 보니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단다.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지만 넌 실업팀에 와서도 개인전과 단체전 전 종목 석권을 목표로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피땀 흘려 노력하고 또 노력한 점 다 알고 있단다. 이번엔 네가 사회인으로 출전하는 첫 올림픽이고 세 번째 올림픽인 만큼 부담 없이 올림픽을 즐기고 오길 바란다. 네가 생각하고 또 모든 양궁인들이 바라고 있는 목표가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고 널 믿는다. 국민의 염원인 남자양궁 개인전 금메달의 주인공이 너이기를 바란다. 좋은 성적으로 웃는 얼굴로 보자.
임동현 파이팅! 항상 응원하고 있으마. 홍승진 청주시청 감독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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