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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폭염/ 노인들 쓰러지고 엘리베이터 멈춰 서고… "더위가 사람 잡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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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폭염/ 노인들 쓰러지고 엘리베이터 멈춰 서고… "더위가 사람 잡네"

입력
2012.07.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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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울산의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서 더위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밭일을 하던 농부들이 잇따라 숨졌으며 냉방기 과다사용으로 전력이 모자라 관공서에 전기공급이 끊기기도 했다. 폭염 탓에 시위가 취소되는가 하면 시민들이 야외활동을 꺼리면서 거리가 한산해 지기도 했다.

밭일 하던 농부 잇따라 숨져

24일 오후 7시쯤 경북 칠곡군 비닐하우스에서 참외를 따던 박모(79) 김모(76)씨 부부가 숨져 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박씨 부부가 땀을 많이 흘리고 물을 적게 마셨을 때 발생하는 '열허탈'로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또 24일 오후 7시쯤 전남 해남군 삼산면 이모(83ㆍ여)씨가 텃밭에서 일하다 숨진 채 발견됐고 앞서 23일에는 전남 고흥군 도양읍 한 농원에서 일하던 송모(51)씨가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19일에도 경북 안동시 풍천면 비닐하우스에서 참외를 따던 장모(75)씨 부부가 숨졌다.

서영성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요즘처럼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비닐하우스 작업은 극히 위험하다"며 "고온에서 장시간 작업할 경우 뇌의 체온조절 중추 이상으로 체온이 급상승하는 열사병이 오기 쉬워 노약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수요가 급증해 관련 사고도 이어졌다. 경기 안양시 관양동 동편마을아파트 500여 가구에 24일 오후 10시50분부터 40여분간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 때문에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주민 5명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대구시청은 25일 한전으로부터 전력공급 차단 통보를 받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비상발전기를 가동했다.

실외수영장까지 외면…거리 한산

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냉방이 비교적 잘되는 쇼핑몰, 극장 등에 인파가 몰렸다.

극장에는 더위를 피해 손자손녀를 데리고 나온 노년층들이 많이 눈에 띄었으며 쇼핑몰도 저녁이 되면서 열대야를 피하기 위한 고객들로 붐볐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번주 폭염이 본격화 하면서 지난주에 비해 죽부인은 2배, 에어컨은 5배, 선풍기는 3.5배 더 팔려나갔다. 한 백화점 관계자도 "열대야가 시작되면서 야간(18~20시) 매출비중이 11% 늘었다"며 "더위가 지속되면 야간 매출 신장이 더욱 높아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폭염은 수영장의 희비도 엇갈리게 했다. 실내수영장은 문전성시를 이룬 반면 뙤약볕에 노출되는 실외수영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서울 영등포구민체육센터 관계자는 "자유수영 이용객이 지난주에 비해 100명 가량 늘어난 400명선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강시민공원수영장은 뙤약볕을 꺼린 시민들 탓에 한산하기까지 했다.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판매원은 "오늘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고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도 40%가량 감소한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대학에서 차량유도를 담당하는 오모(53)씨는 "폭염 탓에 탈수현상이 나타난 직원까지 발생해 나무 그늘을 찾아 다니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역세권개발동의자협의회 회원 200명은 이날 서울 봉래동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폭염 탓에 취소했다.

하지만 더위도 사랑 나눔은 막지 못했다.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이날 서울 청량리역에서 개최한 대규모헌혈캠페인에는 회원과 시민 1,600여명이 동참했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헌혈에 나선 권용섭(45)씨는 "아무리 더워도 나눔을 실천하는 데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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