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분의 명예를 위해 존재합니다"
선택된 소수만 가질 수 있는 초우량고객(VVIP)신용카드 광고 문구는 '오직 한 분'을 위해 다른 고객들의 희생이 뒤따르고 있음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카드사들은 연회비가 100만~200만원에 이르는 VVIP카드 소지자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더 큰 혜택을 제공해온 것이다. 또 소수 부유층에게 혜택을 제공하느라 발생한 손실은 일반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줄여서 메워와 공분을 사고 있다.
23일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A카드사는 1,000여명에 불과한 VVIP카드 소지자로부터 2010년 16억7,000만원의 수익을 냈지만, 부가서비스로 23억2,000만원을 제공해 6억5,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2011년에는 41억원을 부가서비스 비용으로 지출해 13억원의 손실을 봤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다른 VVIP카드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며 "혜택은 돈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고 그 손실은 서민들이 낸 카드론 이자 등으로 메운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도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함으로써 이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카드론 수수료율을 높이는 등 비용을 전가할 우려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과도한 부가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카드상품 수익성 분석 실태를 파악할 것을 당부했다.
카드사들은 손해를 보면서도 VVIP카드 발급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상품 하나만 놓고 보면 손해일 수 있지만 유명인사가 '무슨 카드 쓴다더라'하고 소문이 나면 회사 인지도가 상승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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