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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예산' 선심, 한국형 실업부조 헛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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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예산' 선심, 한국형 실업부조 헛돈다

입력
2012.07.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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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훈련을 전제로 중ㆍ장년과 청년 실업자들에게 취업수당을 지급하는, 한국형 실업부조인 '청ㆍ장년층 내일 희망찾기 사업'이 저조한 참가율을 보이며 헛바퀴를 돌고 있다. 이 사업은 야당과 재정당국이 "전형적인 선거용 선심예산이다", "재정부담이 크다"며 반대했지만 지난해 연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요구로 600억원대의 예산이 갑자기 편성돼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25일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고용노동부의 '내일 희망찾기 사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3일 현재 이 사업에 참여한 중ㆍ장년층(30~64세)은 5,388명, 청년(15~29세)은 1만5,923명으로, 올해 목표치인 15만6,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2만1,311명(13.66%)에 불과하다. 올해 예산은 640억원(청년 209억원, 중장년 431억원)으로 중ㆍ장년실업자 10만5,000명, 청년실업자 5만1,000명이 최장 7개월 동안 월 20만~31만6,000원의 취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규모다. 사업기간은 아직 5개월여가 남아있지만, 참가자가 늘어난다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얼마 안 돼 예산이 크게 남아돌 것으로 고용부는 평가하고 있다.

수당을 받다가 훈련을 참가하지 않고 중간에 그만둔 경우도 525명에 달했다. 중ㆍ장년층의 경우 애초 최저생계비 200% 이하였던 대상자 기준을 지난달 250% 이하로 완화하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지원자가 적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주문에 따라 고민 없이 시작된 사업이라 처음부터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입을 모은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실업부조가 뿌리내린 상태에서 취업훈련을 추가하는 식으로 제도가 발전했지만 우리는 실업부조 없이 직업훈련 참가자에게 수당을 얹어주는 식으로 설계돼 실업부조로서의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장 생계를 책임져야 할 중ㆍ장년층은 20만~30만원의 수당을 받으며 높은 강도의 취업훈련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단 사업을 만들어 놓고 훈련의 필요성도 못 느끼는 사람을 마구 참여시키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졸속 사업의 흔적은 혼란스러운 상담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고용부는 2월 이 사업을 전담할 400명의 비정규직 상담원을 뽑아 고작 1주일을 교육한 뒤 현장에 투입했다. 9년째 상담업무를 진행한다는 지방고용센터의 한 전문상담원은 "비정규직 상담원들이 적성이나 심리, 재산수준, 근로능력 등을 맞춰서 사업과 연계시켜주는 전문성이 떨어져 결국 서류관리 같은 단순행정업무나 하는 경우가 많다"며 "준비 없이 예산만 뭉텅이로 내려준 뒤 이제 실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홍영표 의원은 "이 사업과 유사한 고용부 취업성공패키지사업의 경우 훈련 후 취업한 사람 중 1년 이상 근속자가 2.2%에 지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며 "전형적인 '사업쪼개기' 편법을 동원해 예산을 크게 증액해 신규사업으로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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