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아래 승자가 둘일 수 없다. 잠실 곰이 끈기와 집중력을 발휘해 '한 지붕 라이벌' 쌍둥이를 제압했다. 고비 때마다 옆집 곰에게 물린 쌍둥이는 가을 잔치로 가는 길에서 자꾸 멀어지고 있다.
두산은 25일 잠실 LG전에서 7-3으로 역전승했다. 전날 13-11로 역전승을 거둔데 이어 이틀 연속 짜릿함을 만끽하면서 지난 7일과 8일 잠실 LG전 2연승을 보태 4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이틀 연속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어서 이긴 경기다"고 박수를 보냈다.
올 시즌 초반, 두산은 LG의 맛있는 먹잇감이었다. 5월5일 잠실 경기를 시작으로 7연패를 헌납했다. '곰만 만나면 쌍둥이가 웃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7일부터 곰이 돌변했다. 삼성에게 2연패를 당하고 돌아온 LG를 사정없이 몰아 붙였다. 내심 두산을 상대로 반전의 기회를 만들려던 LG에게 보란 듯이 7연패의 아픔을 되갚았다. 두산은 7일 3-2로 역전승 하더니, 8일에도 9-3이란 큰 점수차로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라이벌전의 기 싸움에서 완벽하게 주도권을 되찾아 왔다.
두산은 후반기에 다시 한번 LG를 울렸다. 두산을 디딤돌 삼아 부진을 떨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던 LG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두산은 43승38패2무로 5월17일 이후 69일 만에 2위로 올라섰고, LG는 34승44패2무로 7위를 벗어나지 못한 채 4강 다툼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나가는 흐름 속으로 빠져 들었다. 곰에게 발목이 잡혀 '가을 야구'가 가물가물하다.
두산 선발 김선우는 이날 6이닝 7안타 3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을 수확했다. 톱 타자 최주환은 4타수 1안타 2타점을, 이원석은 4타수 2안타 2타점을 각각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신예 정진호는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역전타를 터뜨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김기태 LG 감독은 "패배는 모두 감독의 잘못이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경기에 앞서 "두산과는 묘하게 라이벌 구도다. 선수들이 두산을 만나면 지기 싫어하는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기고자 하는 쌍둥이의 마음은 곰의 끈기를 당해내지 못했다.
대구에서는 SK가 에이스 마리오의 부상 돌발 변수에 울었다. 마리오는 0-0이던 1회 무사 1ㆍ2루 위기에서 삼성 3번 이승엽의 땅볼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을 다쳐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마리오는 0.1이닝 2실점으로 패전 투수.
이 감독은 1회 1사 1ㆍ3루에서 부상으로 빠진 마리오를 대신해 오른손 투수 박정배를 서둘러 마운드에 올렸지만 몸이 풀 시간이 없던 박정배는 삼성 타선을 막지 못했다. 1회 상대 에이스의 부상 기회를 놓치지 않고 5득점에 성공한 삼성은 5-1로 앞선 3회 5번 최형우의 시즌 6호 우월 2점 홈런까지 터지면서 SK를 9-6으로 제압했다.
광주에서는 소사가 6.1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KIA가 3-1로 이겼다. KIA 최향남은 3-1이던 9회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안타 무실점 2삼진으로 4세이브째를 사냥, 41세3개월27일로 최고령 세이브 투수가 됐다.
최하위 한화는 대전에서 갈길 바쁜 롯데를 10-1로 누르고 2연승의 신바람을 달렸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문미영기자 mym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