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박모(64)씨는 25일 자살 예방 상담을 위해 월계2동사무소을 찾았다. "생활이 어렵다 보니 아내가 가출하고 몸도 좋지 않아서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의 호소를 듣던 노원구 정신보건센터 자살예방센터 이성주(27) 사회복지사는 "앞으로 우울증 증상이 심해질 수도 있다"면서 "그럴 때 전화를 주면 가정을 방문해 상담해 드리겠다"고 설명했다.
30대 주부인 이모씨는 지난 2월부터 노원구청이 운영하는 정신건강센터에서 1주일에 1회씩 정기 상담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하던 일을 그만두면서 우울증을 겪게 됐다는 그는 당초 "이 세상을 훌쩍 떠나고 싶은 때가 많다"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10회 이상 상담이 진행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인구 10만명 당 10명 수준이던 국가 평균 자살률이 2009년 31명으로 급증한 가운데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해 2년 만에 자살률을 크게 낮춘 노원구의 성공사례가 주목 받고 있다.
25일 노원구에 따르면 2009년 노원구의 자살자 수는 180명으로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1위를 차지했다. 노원구는 구민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10만명이 취약 계층과 독거노인으로 분류되는 지역적 특성 등이 반영됐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2009년 7월 정신보건센터 내에 11명의 전문 상담사로 구성된 자살예방팀을 발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터는 전국 최초로 실업자 및 청소년,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4대 자살 취약계층 5만9,243명을 대상으로 '마음건강평가'을 실시했다. 이중 '주의관심군'으로 분류된 7,582명을 대상으로 매월 둘째ㆍ넷째 수요일 관내 19개 동사무소에서 자살 예방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 건수는 2010년 58건에서 지난달 30일 기준 약 3,000건을 넘어섰다.
이와 함께 구는 '생명존중문화 조성 및 자살예방조례'를 제정하고 536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생명지킴이'를 모집, 주의관심군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살 시도자를 위한 전문의 상담과 유가족 자조모임을 개최하는 등 사후관리에도 힘썼다. 이 같은 노력으로 노원구의 자살자 수는 2011년 128명으로 2009년에 비해 29%가 감소했다.
취임과 함께 자살예방정책을 편 김성환 구청장은 "자살은 개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의 문제임에도 제대로 된 정책이 없어서 안타까웠다"며 "잠재적 자살 가능군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상담하는 등 사전조치를 취한 것이 자살률을 낮춘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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