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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룡이 된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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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룡이 된 은행

입력
2012.07.2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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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희극 에서 악덕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이 유대인으로 설정된 건 우연이 아니다. 성경은 '이자를 위하여 돈을 빌려주지 말고…'(구약 레위기 25:37)같은 구절에서 이자를 조건으로 한 대금업을 금지했다. 12세기 초 교황은 아예 법으로 대금업을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예수를 죽인 이교도로서 유럽에서 누구보다 천대받던 유대인들이 교회의 허가를 받아 백정질을 하듯 대금업에 대거 종사하게 된 것이다.

■ 하지만 대금업은 더 이상 수치스런 일로 남을 수 없었다. 도시와 산업, 무역의 발달 같은 경제 여건의 변화와 진전은 일종의 인프라로써 보다 거대하고 체계적인 금융시스템을 요구하게 됐다. 유럽의 왕가와 귀족들은 재산을 굴려 부를 증식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신흥 부르주아들은 늘 자금에 목이 말랐다. 대금업은 자금중계 기능이 강화된 금융업으로 본격 성장했고, 사회는 각종 사업면허 및 부분지불준비제도 등을 마련함으로써 금융업 육성에 적극 나섰다.

■ 금융업 면허나 부분지불준비제도는 엄청난 특혜다. 특히 부분지불준비제도는 은행이 예금 등의 기초자산을 수십, 수백 배의 대출자산으로 불려 마음껏 이자 장사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주는, 일종의 공권력에 의한 수익보장장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이 늘 공권력의 엄격한 통제와 관리, 견제의 대상이 돼온 건 당연하다. 과거 개발독재 시절 우리나라의 강력한 '관치금융' 역시 그런 특혜에 따른 사회적 통제에 다름 아니었던 셈이다.

■ 하지만 금융업은 이제 누구도 견제하기 어려운 공룡으로 웃자란 느낌이다.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래 이른바 자유시장원리가 득세하면서 '관치금융'이 퇴조하자, 금융에 대한 사회적 '고삐'가 풀어져도 너무 풀어져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을 시작으로 최근 잇달아 불거지는 은행권의 황당한 부당영업 사례를 보면 이제 다시 고삐를 죌 때가 된 것 같다. 누가 그걸 할 수 있을까?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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