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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케인즈 미인대회와 우리은행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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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케인즈 미인대회와 우리은행 매각

입력
2012.07.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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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 미인대회는 일반 미인대회와 다르다. 일반 미인대회가 미인을 뽑아 상을 주는 데 반해, 케인즈 미인대회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지목한 사람을 미인으로 뽑은 심사위원에게 상을 준다. 그래서 심사위원은 상을 받기 위해 스스로가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보다, 다른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 여성을 지목한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케인즈 미인대회를 닮았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대신, 다른 투자자들이 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산다. 그래야 주가가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미인대회 심사위원의 미인 평가와 주식 투자자의 본질적 기업가치 평가, 즉 펀다멘탈 평가가 각각 심사결과와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요즘 우리금융 민영화 진행 상황을 지켜보노라면 케인즈 미인대회가 연상된다. 정작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심사위원들의 판단보다 관전자들, 즉 여론과 정치권의 의견이 매각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요인이 되고 있다. 정작 미인대회라면 케인즈 생각대로 많은 사람이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그를 맞춘 심사위원이 상을 받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주식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주가는 많은 사람들이 상승을 예상할 때 오를 것이므로 다른 사람들의 기업평가가 투자자 자신의 평가보다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 매각은 사정이 다르다. 공자위와 여론 및 정치권 간에 정보 및 전문성 측면에서 커다란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론이나 정치권이 선호하는 해법이나 인수자가 국가를 위해서 반드시 최선이 아닐 수 있다.

지난 주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선후보가 우리금융 매각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 문제를 차기 정부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정부가 시장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에 대해 여당의 대선후보와 야당의 원내대표가 이런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히지도 않았고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혹시라도 매각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라는 요구였다면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무작정 다음 정권으로 넘기라는 주장은 결과적으로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시장에 개입하는 것과 다름 아니어서 께름칙하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은 국민의 것이다. 따라서 매각 추진의 정책목표는 국민들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과거 공자위가 제시했던 정책목표들, 즉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기여 등은 부분적으로 상충되고 특히 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안을 찾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예컨대 우리금융 자산가치 극대화를 하나의 중간목표로 삼는 방안이 설득력을 지닐 것이다. 이 중간목표는 우리금융이 국민의 것이라는 개념에 부합하며, 공자위의 네 가지 정책목표들과도 조화될 수 있다. 자산가치가 극대화되면 공적자금 극대화가 가능하고 또 조기 민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하면 결국 금융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중간목표를 토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매각절차를 진행한다면 이를 현 정부가 추진하나 다음 정부가 추진하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만약 회수한 매각대금의 사용이 문제라면 이는 국회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은행 매각 시도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만 세 번째고, 2001년 우리금융지주 출범을 시작시점으로 본다면 만 11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공자위가 27일까지 예비입찰 제안서를 접수하는데, 어떤 제안서가 들어올지 유효경쟁이 성립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유효경쟁이 성립되어 매각절차가 진행된다면, 대중과 정치권의 선호보다 공자위의 정보와 전문성을 토대로 우리금융을 제대로 경영해 선진 금융기관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입찰자를 택해주면 좋겠다. 한국금융의 미래가 달린 선택이기 때문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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