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가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한일협정) 논란과 관련해 ‘과거에 안주하면 두 눈을 잃는다’는 러시아 속담을 인용해 한국을 비판했다.
랄프 코사(69)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24일 미국외교협회(CFR)에 기고한 글에서 “한일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 논란은 한국 정치권과 언론의 합작품”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일본-한국 관계, 두 눈을 뜰 때’란 제목의 글에서 “현재의 한일관계를 보여주는 말이 있다”면서 ‘과거를 잊으면 한 눈을 잃고, 과거에 안주하면 두 눈을 잃는다’는 러시아 속담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인은 과거를 잊으려 애쓰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한국인은 과거를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코사 소장이 ‘과거에 안주하는 한국’의 사례를 따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문맥상 일본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과거사 반성 및 일본군 종군 위안부 인정 요구 등을 그런 사례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 요구에 대해) 일본 정부는 민주주의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이런 논리는 일본 정치인들이 터무니 없는 사실을 부정할 때마다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한국 정부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한국의 요구와 일본 정치인의 망언을 모두 표현의 자유로 해석해야 한다는 논리다.
코사 소장의 주장이 한일 과거사에 무지한 한 군사 전문가의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에 대한 신뢰를 크게 낮추는 계기가 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코사는 1970년대 초 주한미군 근무 경험이 있는 공군 대령 출신의 북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코사 소장은 한국의 한일협정 논란과 관련해 “반일 감정을 부추기려는 야당에게 정치적 횡재가 됐으며 여당 반응도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논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한국의 전향적인 전략가”로 호평하고 “그의 ‘죄’는 여론보다 국익을 우선한 것”이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코사 소장은 “(한일협정이) 미국 안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를 거부한다면 한국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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