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최대 화제는 8월 28일~9월 2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야외 오페라의 부활인데다 루마니아 출신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47)가 주연을 맡기 때문이다.
음악성과 미모를 모두 갖춰 1992년 데뷔 후 지금까지도 세계 정상의 무대인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런던 로열오페라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그가 여주인공 미미를 연기한다. 그간 내한 콘서트를 몇 차례 열긴 했지만 한국에서 오페라 출연은 처음이다. 지휘를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맡은 것도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게오르규는 총 4회 공연 중 8월 28일, 9월 1일 2회 공연에 출연한다.
방한을 앞둔 그를 24일 전화로 만났다. "한국 제작사는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하고 싶어 제게 연락해 왔죠. 그런데 제 인생의 중요한 사건이 모두 '라 보엠'과 관련 있거든요. 1992년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이 공연으로 국제 무대에 데뷔했고 그때 상대역 로돌포를 맡았던 남편(테너 로베르토 알라냐)도 처음 만났죠. 그와 결혼식을 올렸을 때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라 보엠'을 공연 중이었어요." 그는 "수많은 대형 무대에 섰지만 한국에서 처음 출연하는 오페라라서 의미가 있다"며 "그래서 오페라 가수로서나 개인적인 삶 모두와 연관이 깊은 '라 보엠'을 직접 제안했다"고 말했다.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예술가들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라 보엠'의 미미는 오페라에서 비련의 여주인공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20년 간 수많은 무대에서 미미를 연기해온 게오르규는 하지만 "많은 사람이 '라 보엠'의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미미는 흔히 생각하듯 순수한 인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원작 소설 을 자세히 보면 미미는 무제타처럼 자유분방한 성격의 여자예요. 무제타는 애인 마르첼로를 떠나 늙은 부자 후견인과 사귀는 여자로 등장하죠. 이웃의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다를 뿐 미미 역시 다른 파리 여자들처럼 남자 앞에서 대범한 캐릭터죠."
일부에서는 디바로서 그의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그는 서울 공연 이후에도 9월 밀라노 라 스칼라의 '라 보엠'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오페라, 콘서트 출연 계획이 줄줄이 잡혀 있다. 그는 "오랜 성공의 비결을 굳이 꼽으라면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켜 온 '내일이 오늘과 같다면 나는 행복하다'는 삶의 모토 덕분"이라며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하거나 원하지 않고 계속 앞을 보고 갈 뿐"이라고 말했다.
"'라 보엠'의 음악은 정말 완벽하다"며 시종 오페라 예찬을 늘어놓는 그에게 과연 디지털 다매체 시대에 고급예술 장르로 오페라가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물었다. "개성 강한 목소리와 카리스마를 가진 오페라 가수들은 무대 위 존재감만으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매체가 등장해도 관객에게 감동을 안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안젤라 게오르규 같은 가수가 많이 나오면 얼마든지 경쟁력 있지 않겠어요?(웃음)"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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