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는 세계각국에서 파견된 기자들이 상주하는 곳이다. 올림픽 조직위원회 입장에서 보면 대회 소식을 시시각각 내보내는 흥행의 중심축이자 최고의 홍보 공간인 셈이다. 당연히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여러 가지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 중에서 물은 생필품으로 분류돼 공짜로 지급된다. 인터넷 회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만큼은 이런 '혜택'을 기대하다간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런던조직위)가 흑자대회를 위해 MPC내 물 1병(700㎖기준 1.15파운드 ㆍ약2,000원)까지 유료화하는 등 사상 초유의 짠돌이 운영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인터넷 회선도 속도에 따라 금ㆍ은ㆍ동메달 3등급으로 나눠 180파운드에서 90파운드까지 요금을 매기고 있다. 국제스포츠기자연맹이 3차례에 걸쳐 세바스찬 코 조직위원장을 만나 무료로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공짜는 없다"라는 답만 돌아왔다는 후문이다.
그 동안 기본적인 편의에 익숙했던 각국 기자들은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한국기자들의 원성이 가장 높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 웬만한 국제대회를 유치하면 '각종 서비스 100% 무료제공'이 기본 옵션처럼 제공돼 왔던 것이 관행이었다. 실제 지난해 7월 남아공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에서 평창이 2018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될 때 내건 공약중의 하나가 MPC내 인터넷 무료제공이 포함돼 있었다. 한달 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때도 MPC 인터넷 회선과 간식이 무료로 기자들에게 제공됐는데 간식은 당시 대구시내 최고급 호텔에서 실어다 날랐을 정도다. 올 3월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담때도 파격에 가까운 무료서비스 혜택이 주어졌음은 물론이다. 당시 한 외국기자는 방송 뉴스에서 "한국 원더풀"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런던조직위의 자린고비 운영 중 가장 압권인 대목은 부모가 경기장에 1세 미만의 영아를 데려오면 영아에게도 입장료를 받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가혹하리만큼 '돈만 밝히는' 런던조직위의 짠물 운영이 평창조직위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런던조직위는 2005년 올림픽 개최확정 단계에서 총예산을 24억파운드(4조3,000억원)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비용은 보안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나 예상보다 4배 가까이 증액된 93억파운드(16조7,000원)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는 2008 베이징올림픽 670억달러(77조원)의 반의 반값 수준이다. 2004 아테네올림픽 조직위가 160억달러(18조원)를 쏟아 부어 결국 국가부도의 한 원인으로 꼽힌 점을 감안하면 런던조직위의 자린고비 운영을 탓할 수는 없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는 수익사업을 위해 자동차대회까지 열었으나 4년이 지난 현재 텅 빈 채로 '파리만 날리고 있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런던조직위 데비 제반스 스포츠 국장은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8만석의 메인스타디움 관람석 중 5만5,000석은 올림픽 폐막 후 언제든 철거가 가능한 임시 관중석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는 또 "핸드볼 경기장은 게임이 끝나면 근대 5종의 펜싱 경기장으로 개조된뒤 철거 땐 자재를 2016년 올림픽 개최국인 브라질에 530억원에 판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향후 5년간 평창에 5,404억원을 투입해 6개의 경기장을 추가로 지어야 하는데 두루뭉실한 사후 계획이 아닌 폐막 후 구체적인 수익방안을 먼저 따져보고 첫 삽을 떠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평창조직위 고위관계자도 "올림픽 성공여부를 판정하는 잣대가 기록중심에서 흑자대회 성사로 옮겨갔다"라며 "런던올림픽에서 많은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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