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재즈를 대표하는 세 명의 연주자들이 최근 잇따라 새 앨범을 발표했다. 모두 쿼텟(4인조) 구성으로 녹음된 세 작품은 미국의 국보급 재즈 연주자들인 이들의 명성을 재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한 수작들이다.
서정성과 정통성, 실험성을 겸비한 재즈 피아노의 거장 키스 재릿(67)은 라이브 실황 앨범 'Sleeper'를 최근 발표했다. 13일 국내에도 공개된 이 앨범은 엄밀히 말해 '신작'이 아니다. 지난 33년간 음반사 서랍에서 잠자고 있던 라이브 음원을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재릿과 그의 '유러피언 쿼텟' 멤버들인 색소폰 연주자 얀 가바렉, 베이시스트 팰 다니엘손, 드러머 욘 크리스텐센이 1979년 4월 일본 도쿄 콘서트에서 펼친 명연을 들을 수 있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Sleeper'에는 재릿이 작곡한 7곡이 담겼다. 그 중 'So Tender'를 제외한 여섯 곡은 다른 버전의 녹음으로 소개된 적이 있지만 이 앨범에 담긴 완성도를 넘어서진 못 한다. 앨범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재릿과 가바렉의 불꽃 튀는 협연이다. 시적인 서정성으로 공연장을 감싸다가도 실험적인 접근으로 청중을 긴장시키는 네 연주자의 호흡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보석처럼 빛을 발한다.
팻 메시니(57)는 대중성과 실험성을 겸비한 재즈 기타리스트다. 그가 지난달 발표한 'Unity Band'는 팻 메시니가 이끄는 '그룹'이 아니라 메시니를 포함한 네 연주자가 만든 앨범이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드러머 안토니오 산체스를 제외하면 색소폰 연주자 크리스 포터, 베이시스트 벤 윌리엄스는 이번이 메시니와 첫 녹음이다. 찰리 헤이든, 마이클 브레커 등이 참여했던 '80/81'(1980) 앨범을 떠오르게 하는 'Unity Band'는 즉흥 연주를 주고받는 네 연주자의 유기적인 호흡으로 듣는 이를 압도한다.
재릿과 메시니에 비해 지명도는 덜하지만 재즈 기타리스트 존 애버크롬비(67) 역시 현대 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혁신적인 연주로 현대 재즈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그가 1960년대 재즈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새 앨범 'Within a Song'을 발표했다. 테너 색소폰 연주자 조 로바노, 베이시스트 드류 그레스, 드러머 조이 배런이 함께 했다.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오넷 콜맨, 빌 에반스 등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의 명곡을 애버크롬비의 현대적 해석으로 다시 들을 수 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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