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친인척과 측근들의 잇따른 비리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한 것은 현 정권의 '무너진 도덕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평했던 것과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특히 현 정권 최고 실세이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과, '문고리 권력'이라 불리며 이 대통령을 15년 간 보좌한 김희중(44)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금품수수 사건은 결정타가 됐다. '상왕(上王)'이란 말까지 들었던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 등에서 7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0일 현직 대통령의 친형으로는 사상 최초로 구속되는 오명을 남겼다. 김 전 실장도 이 대통령과 동고동락한 '그림자 권력'이었지만 비교적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터라 그를 둘러싼 의혹은 정치권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정권 초부터 친인척, 측근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사과는 사필귀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5월 이 대통령과 동지적 관계인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실세 차관'으로 불린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수감됐다. 박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에도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신재민(54)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징역3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 대통령이 가장 아낀 관료로 알려진 장수만(62) 전 방위사업청장과 최영(60) 전 강원랜드 사장은 함바업자 유상봉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옷을 벗었다. 은진수(51)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부산저축은행에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이 대통령을 근접 보좌했던 청와대 참모들도 줄줄이 사법처리됐다. 청와대의 입 역할을 하던 김두우(55)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로터 1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현직에서 하차한 뒤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 대통령의 경선캠프였던 안국포럼 멤버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과 동향인 이영호(48) 전 고용노사비서관은 민간인 불법사찰의 '몸통'을 자처하며 지난달 구속기소 됐다.
친인척 비리도 잇따라 터졌다. 이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73)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4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철창 신세를 지고 있으며,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인 김옥희(77)씨는 현 정권 초기에 비례대표 공천헌금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아 챙겼다가 3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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