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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특허공방에 판사도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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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특허공방에 판사도 짜증

입력
2012.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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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지루한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소송에 판사들까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양 사가 소송비용으로만 나가는 돈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번 소송의 승자는 삼성전자도 애플도 아닌 변호사들"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호주연방법원의 애너벨 베넷 판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멜버른 연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침해 본안 소송 첫날 "이번 소송은 정말 웃기는 (ridiculous) 일"이라고 냉소적 발언을 했다.

베넷 판사는 양 측 변호사들에게 "도대체 왜 이런 소송이 계속 진행돼야 하느냐"며 "만약 다른 회사들이 유사한 분쟁을 했다면 양 측이 합의하도록 즉각 중재 명령이 내려졌을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넷 판사는 "이번 주까지 합의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양 사간 타협을 촉구했다.

현재 양사는 세계 9개 나라에서 30여건의 소송과 맞소송을 주고 받는 상황. 특허침해에 대한 본안 소송 외에도 특정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이 이어지고 있고, 한 소송에 패하면 항소 상고가 이어지면서 1년 넘게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소송 당사자가 글로벌 모바일 시장을 양분하는 거대기업들이고, 특허침해에 대한 판단기준이 애매한데다, 판결결과가 시장에 미칠 파장이 워낙 크다 보니 판사들의 '스트레스'도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판사들도 판결보다는 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해법을 찾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양 사가 한치의 물러섬 없이 강공일변도로 나서자 마침내 법원도 짜증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이 두 회사에 대해 대화의 자리를 '강권'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루시 고 판사는 지난 4월 "(변호사나 실무자 아닌) 양 사 CEO가 직접 만나 합의를 시도하라"고 명령했고, 이에 따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당시 삼성전자 CEO)와 팀 쿡 애플CEO가 두 차례나 회동하게 됐지만 결국 서로의 의견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사실 삼성전자와 애플간 소송전 외에도, 현재 글로벌 IT업체간 특허싸움은 점점 가열되고 있는 상황. 구글 모토로라 HTC 노키아 등 대형 IT업체들은 거의 예외 없이 특허소송전에 휘말려 있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선 "기업들이 선의의 기술개발경쟁을 하기 보다는 자기 기술을 지키려고만 하면서 소모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원 역시 툭하면 법정으로 달려오는 IT기업들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과 구글간 운영체제(OS) 관련 특허침해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리처드 포스터 미 항소법원 판사는 지난 달 두 회사에 대해 "어느 회사도 피해를 입었다는 증명을 할 수 없다. 뿐만 앞으로 어느 쪽도 이 판결에 대해 다시 항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판사들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는 소송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건 주목할 변화로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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