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속의 할아버지는 비행기를 배경으로 훤칠하게 서 계셨어요. 할아버지처럼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해 파일럿이 되고 싶습니다."
정호재(15ㆍ서울 은성중 3)군은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돼 할아버지의 뒤를 잇는 게 꿈이다. 조부 고 정태영 중령(공사 6기)은 1971년 공군 훈련기인 T-33을 타고 야간 비행 훈련을 나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순직했다. 하지만 격세유전 때문일까. 할아버지가 남긴 훈장ㆍ배지 등 유품과 사진을 보면서 하늘을 향한 손자의 동경심은 깊어갔다.
그의 마음을 헤아린 건 아버지였다. 아들에게 '공군항공우주캠프'에 참가해볼 것을 권유했다. 공군은 2007년부터 중ㆍ고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이 캠프를 열고 있다. 충북 청주시 공군리더십센터에서 입소식이 있던 24일 정군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할아버지는 군인과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남다르신 분이었다고 아버지에게서 누차 들어왔다"고 말했다. 정군은 자신이 파일럿이 되기에 미흡한 점이 많다고 했다. 캠프 입소도 간절한 마음을 더 벼리고 각오도 단단히 다지기 위해서다. 좋은 체격(키 179㎝)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자란 체력을 기르는 데도 열심이다. 정군의 1차 목표는 캠프 마지막 날 실제 F-4E 전투기를 직접 타보는 것. 입소자 91명 중 5명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이번 캠프 프로그램은 공군 비행단 견학과 과학 실습, 파일럿과의 만남, 생환 훈련, 비행 체험 등으로 구성된다. 캠프를 기획한 공군본부 문화홍보과장 손경수(48) 중령(공사 36기)은 "항공우주캠프는 병영 체험이나 체력 단련 위주의 여타 군 캠프와 다르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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