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개발도상국 물가를 급등시켰던 곡물파동이 올 하반기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세계적 곡창지대인 미국에 사상 최악의 가뭄이 발생하고, 다른 곡물생산국들도 극심한 작황부진이 예상되면서 이미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현재 급등한 곡물가격은 10월 이후 국내 사료값과 식품가격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여, 장바구니 물가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식품업체들의 채산성악화도 우려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 중서부지역 가뭄여파로 소맥(밀), 옥수수, 대두(콩) 등 주요 곡물가는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2008년 고점수준까지 상승했다. 지난 주말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9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가격은 부셀 당 8.2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대두 8월 인도분 선물가격도 17.57달러로 역시 전 고점을 돌파했다.
가뭄은 지난 5월부터 전 세계 곡창지역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미국에 앞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에 가뭄이 이어지면서, 대두가격이 가장 먼저 올랐다. 최근 애그플레이션을 주도하는 것은 옥수수로, 알곡이 형성되는 시기에 가뭄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 농무부가 매주 발표하는 곡물작황을 보면 수확물의 40% 정도가 품질이 나쁜 상황이어서 2008년보다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평가다.
다른 곡물생산국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이윤교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의 소맥 생산량은 이상기후로 인해 올해 22% 정도 감소할 전망”이라면서 “이번 곡물가격 상승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국제가격 상승은 통상 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물가를 압박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통상 3~4개월치 재고를 비축하기 때문에 빠르면 10월, 늦어도 12월부터는 가격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원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수수와 대두는 축산농가에서 가장 많이 쓰는 사료의 원료. 소맥은 빵 과자 라면 등 모든 가공식품에 원료로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소맥은 전부 식용으로 수입되기 때문에 가장 먼저 가격상승압력이 닥칠 것으로 보인다”며 “대두와 옥수수 역시 사료값에 반영되면 연말이나 내년부터는 축산물가격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경기침체에 따른 전반적인 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밥상물가’는 더욱 상승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식품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불황 및 대선과 맞물려, 정부의 가격통제가 더욱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당국의 가격지도로 지금도 밀가루 등은 사실상 적자판매가 이뤄지고 있는데 하반기 세계적인 애그플레이션이 원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소비자가격을 올리지 못해 심각한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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