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모든 행동에는 의도가 있다.'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 없이 행동하는 사람은 없다. 때론 그 의도를 겉으로 명확하게 드러내기도 하지만, 상황과 전략에 따라서는 그것을 감추기도 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책을 내고, TV에 출연했다. 사람들은 그의 의도를 알고 싶다. 아니 알고는 있지만 확인하고 싶다. 이유야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그는 의 의도를 서문에서 밝혔다."앞으로 내 생각을 보다 많은 분들께 구체적으로 들려드리고 많은 분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계획"으로 책을 냈다. 그 의견을 바탕으로 그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말하는 '길'이란 정치참여이고, 다섯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출마다. 책은 그것을 위한 일종의 사전 준비작업이다.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무엇인지, 자신의 생각이 기대에 부합한지, 자신에게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작업이라고 했으니.
그 판단을 '달랑 책 한 권'의 판매 부수로 할지, 서평형식의 검증으로 할지는 그의 마음이지만 굳이 이 시점에 책을 출간한 의도만큼은 그의 말대로 숨기지 않았다. 더 많은 국민들이 책에 공감하고, 자신을 지지해 준다면 대권에 나서겠다. 물론 그 반대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상 출마예고나 다름없다. 이를 '비겁한 양다리' '간 보기'라고 무작정 비난만 할 일도 아니다. 그의 자유이고, 전략이고, 선택이다.
그런 그가 곧바로 SBS TV 예능프로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책을 탈고하자마자 그날로 달려와서 녹화를 했다. 적어도 책 선전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도 분명 그렇다. 단지 "책을 내느라 지쳐 힐링이 필요"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했다. 정말일까. 출연배경, 방송내용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느낌이 든다. SBS에 의하면 지난 1월 박근혜 새누리당 전비대위원장과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이은 출연을 거절한 그가 이번에는 방송 날짜와 내용까지 자신이 정해서 출연했다.
시청률을 위해서 원칙도, 자존심도, 형평성도 내팽개친 SBS도 한심스럽지만, 순순하게 '힐링'을 위한 출연이라는 그의 말을 100%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다. '힐링캠프'에서 그는 미리 짜맞춘 듯 을 글 대신 말로 반복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대선출마는 여전히 지지자들이 원하는 기준에 따르겠다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지만, 바람직한 대통령상까지 제시하면서 "조만간 결론을 내린다" "다음 일이 다가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가 '힐링캠프'에 출연한 목적은 분명하다. 진행자들까지도"대권으로 가는 길이란 비난이 될 수 있다" "대선공약을 듣는 시간 같다"고 말했듯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도 다른 후보자들이 광장이나 남쪽 땅 끝, 길거리에서 섰던 것과 달리 그는 현대 정치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이미지 메이킹에 효과적인 미디어(책과 TV)의 인터뷰를 이용했다. 그는 감성적인 예능프로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3년 전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로 실감했다.
'힐링캠프' 출연이, 그 덕분에 더욱 날개 돋치듯 팔리는 이 어떻게 작용할지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18.7%라는 높은 시청률과 베스트셀러가 모두 지지도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시청자와 독자들의 엇갈린 반응을 보면 그렇다. 미디어는 하루아침에 엄청난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그것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안철수 원장은 '힐링캠프'에서 우리사회가 불행하고 불안하고, 미래가 밝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는 복지, 정의, 평화를 말했다. 그리고 정의는 "달리기와 같다"면서 "편법이나 특혜가 없는 공정한 경쟁, 균등한 기회"라고 했다. 누구보다 자신부터 그것을 지키면서, 숨은 의도 없이 공정하고 당당하게 정치를 시작하려는지 엄격하게 한번 돌아봐야 한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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