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피아니스트 장하오천(22ㆍ張昊辰)를 설명하려면 2009년 열린 반 클라이번 콩쿠르 이야기부터 꺼내야 한다. 1962년 시작해 4년마다 미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세계적인 권위의 피아노 경연이다. 입상자들에게 많은 연주 기회를 제공하고 경력을 관리해 주는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심사가 까다롭다. 한국인으로는 조이스 양(2005)과 손열음(2009)이 준우승한 적이 있다.
장하오천은 손열음이 입상한 2009년 대회에서 일본의 시각 장애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대회 사상 최연소 우승자이자 중국인 최초 우승의 기록을 남긴 연주자다.
8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중국 유일의 국립 교향악단인 차이나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CNSO)의 내한 무대에 함께 서는 그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아시아 우승자로서 한국 관객 앞에서 연주하는 게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방한을 앞두고 23일 전화로 미리 만난 장하오천은 "나는 동양 음악가들이 클래식 음악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게 될 새로운 세대의 첫 번째 주자로 서 있다"고 말했다.
"콩쿠르 기간 중에는 개별 심사를 받기 때문에 경쟁자의 연주를 접할 기회가 없었지만 대회를 끝내 놓고 영상으로 본 손열음과 쓰지이 노부유키의 연주는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우리 셋이 함께 수상했다는 게 무척 기뻤죠."
그는 "이 같은 아시아 출신 음악가의 활약은 더 이상 지리적 요건이 음악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서양에서 시작된 클래식 음악이 서양인들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게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음악회에서 1부에 출연해 CNSO와 중국의 대표적인 피아노 협주곡 '황하'를 연주한다. 2부에서는 CNSO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음악에는 국가 간, 언어 간 장벽이 없기 때문에 중국이라는 큰 주제로 다가가는 이번 공연은 한국 관객과 평화로운 대화를 나누는 자리"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3세에 피아노를 시작한 장하오천은 5세 때 상하이 음악홀 무대에 섰고 6세 때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에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등과 협연하며 세계 각지의 연주 무대에 서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무대에까지 올랐던 중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의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주목 받고 있는 그는 랑랑을 "따르고 싶은 큰형 같은 존재"로 표현했다.
그는 "8살 차이 나는 랑랑은 대선배이기 때문에 그가 거둔 성공과 늘 열심인 자세는 내게 좋은 자극이 된다"면서도 "랑랑이 연주 때 중국 전통 의상을 입어 중국 색을 드러내는 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나는 오직 음악을 통해 세계의 음악팬과 대화할 것"이라며 음악가로서 자신만의 색채를 강조했다.
장하오천은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문학과 과학, 대중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인터뷰 내내 "음악은 곧 대화"라고 강조한 그는 K팝의 인기에 대해 묻자 "멜로디와 하모니 면에서 국적에 관계없이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적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첫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이라는 수식어가 고맙지만 음악은 올림픽처럼 금메달을 따면 최고임을 인정 받는 게 아니에요. 이제 첫 발을 내디딘 음악가로서 계속 연습하고 자극 받아 음악의 긴 여정을 끝까지 잘 이끌어 가는 게 꿈이죠."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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