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독하고, 더럽고, 다양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찾아가겠습니다." 케이블 채널 tvN 'SNL(Saturday Night Live) 코리아 시즌 2'의 이재국(39) 배세영(37) 작가는 9월 방송할 시즌 3에 대한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뭘 좀 아는 어른들을 위한 라이브 TV쇼'를 표방한 'SNL 시즌 2'는 14일 8회로 막을 내렸다. 이들은 "새 시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낙선한 대선 후보 등 '뜨거운'인물을 섭외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라고도 했다.
'SNL'이 처음부터 '성인들을 위한 19금'을 표방한 것은 아니었다. 본격적인 정치 풍자 코미디를 추구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러다 3회(6월 9일) 양동근이 출연하면서 섹시코드를 입혔고 '섹드립(성적 언행)'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양동근은 성인용 요실금 기저귀 광고를 패러디한 막간극에서 남성 몽정용 기저귀 '디팬티' 모델로 나서 "밤꽃 냄새까지 잡아주는 상쾌한 디팬티"라는 다소 발칙한 대사도 서슴지 않고 구사했다. 5회(6월 23일) 출연한 신동엽은 삽입형 방귀냄새 제거제 탐퐁 모델로 나와 "코피가 멈추지 않을 때도 역시 탐퐁"이라며 여성용 생리용품 탐폰을 콧구멍에 넣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너무 망가졌던 것일까. 'SNL'은 '탐퐁'과 겨드랑이 땀 및 암내 종합 흡수제 '겨스퍼' 방송에서 여성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방송심의위원회 심의를 받고 있다. 이 작가는 "여성 생활용품인 생리대 자체를 더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면서 "생리대를 다룬 것을 문제 삼는 것이야 말로 여성비하"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섹시코드 '섹드립'은 뭘까. 이 작가는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야동(야한 동영상)", 배 작가는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공개적으로 발설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SNL'의 성과에서 직설적인 정치풍자를 빼놓을 수 없다. 한 주간의 소식을 전하는 'weekend update(위크앤드 업데이트)'에서 진행자 장진 감독이 '4대강 사업 덕분에 심각한 가뭄을 그나마 잘 극복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눈이 있으면 좀 보고 이야기 하라"라고 말하는 것이나 '여의도 텔레토비' 등장인물인 청와대 엠비가 "형이 나만 떼어놓고 혼자 학교(감옥) 갔습니다. 나도 형 따라갈래"라며 울부짖는 대목이다. 배 작가는 "원래 대본에서는 해설자가 엠비에게 '괜찮아 너도 내년엔 갈거야'라고 썼다가 '그런 말하면 못써'로 완화시켰는데도 방송을 보니 (잡혀갈까) 등골이 오싹하더라"고 말했다.
'SNL 시즌2' 종영으로 두 작가는 오랜만의 휴가를 얻었다. 이 작가는 SBS라디오 '김창렬의 올드스쿨'을 쓰고 있으며, 배 작가는 조만간 크랭크인 할 최강희 봉태규 주연의 영화 '미나문방구'시나리오를 다듬고 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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