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안 타는 나도 입버릇처럼 짜증나,를 연발하게 되는 요즘이다. 해도해도 너무 쪼여대는 볕 때문이다. 더는 내놓을 데 없이 짧게 입은 여자들의 옷차림이 과하다고 눈쌀 찌푸릴 겨를도 없는 걸 보니 이 여름, 양심도 없다 싶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자야 하는 반복적인 일상 속의 우리들, 땀 흘리며 씩씩거리며 걷다 문득 묻노니, 당신은 지금 삶의 재미를 느끼고 계시는가 이 말이다. 일을 누가 재미로 하냐 다 먹고 살려는 마당에 뇌 없이 행할 뿐이지. 올해로 초등학교 선생 12년째인 친구는 한심하다는 듯 여전히 철이 없다는 듯 전화기 너머로 투정 중인 나를 타박해대기 시작했다.
나 봐라, 여덟살 먹은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이랑 해라 마라 싸움이 몇 년째인지 아냐? 내 별명 부르고 뒤에서 내 욕할 땐 지금 여기서 뭐하나 한탄스럽고 그런데 걔네들 사내가 되어 찾아오는 걸 보면 말이지, 그게 사는 거다 싶더라고. 왜 혼나는 기분일까, 내가 삶을 두고 너무 과한 욕심을 부렸던 걸까.
내가 하고자 원했던 일을 하고 사는 것만큼 큰 복도 없을 텐데 이렇듯 태생적 서운함은 웬 호사일까. 경복궁역에서 청운동 쪽으로 느릿느릿 걸어가는데 경찰 둘이 서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대낮부터 술에 취한 한 젊은 노숙인이 화단 위에 누워 미친 듯이 웃음보를 터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벌개진 얼굴로 뭐가 그리 좋은지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같았다. 그래, 인생 뭐 있겠냐고, 그저 웃지요지!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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