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동차 회사들의 CEO가 한국인에서 외국인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본사측이 '친정'체제를 구축, 한국인CEO들이 줄줄이 낙마하거나 입지가 비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2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16곳 중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아우디코리아 ▦한국 닛산 ▦포르쉐 ▦한국도요타 ▦재규어코리아 등 6개사의 CEO가 본사에서 파견된 외국인 경영자다. 크라이슬러코리아 역시 그레고리 필립스 전 사장의 후임으로 또다시 외국인 CEO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전체 수입차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CEO로 채워지게 됐다.
지난 1995년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출범했을 당시 9개였던 회원사 중 외국인 CEO는 BMW코리아(베른트 비간트 사장) 한 곳뿐이었다.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한국인CEO들이 대거 물러나고 외국인CEO들이 속속 임명되는 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커지면서 본사가 직할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재규어코리아는 최근 이동훈 전 대표 후임으로 데이비드 맥킨타이어 대표를 임명했다. 재규어 본사는 한국시장에 밝은 경영자를 물색하다 2007년부터 4년간 벤틀리 코리아 지사장을 지낸 맥킨타이어 대표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코리아의 경우 트래버 힐 사장이 조만간 다른 국가 지사장으로 옮길 예정인데, 후임 대표 역시 독일 본사에서 직접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모 수입차 회사의 경우 현 한국인 CEO가 조만간 외국인 CEO로 교체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본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EO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인 역시 입지가 점차 비좁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의 경우 최근 독일 본사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하면서 마케팅ㆍ프리세일즈 총괄임원인 슈테판 크랍 이사를 박동훈 현 사장과 같은 직급으로 승진시켰다. 박 사장과 크랍 이사가 어떤 식으로 업무를 조정할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1인자와 2인자가 동일직급이 됨에 따라 우리나라 수입차 1세대인 박 사장의 입지는 어떤 형태로든 축소될 것이란 소문이 업계에 돌고 있다.
일각에선 수입차 회사들의 이런 인사정책에 대해 "한국시장을 키울 때는 한국인CEO를 쓰다가 막상 커지니까 팽(烹)하고 있다. 현지화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현지법인 규모가 커지면 본사에서 대표를 파견하는 건 글로벌 기업들의 보편적 추세"라며 "한국인 CEO들이 자신의 인맥으로 차를 팔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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