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8시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 한국민속촌 앞에 젊은 남녀 수십 명이 모여들었다. 민속촌이 올 여름 처음 선보인 '야간 공포체험'을 위해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이다. 소나기가 오락가락했지만 이들은 우의를 입고 순서대로 민속촌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여성들의 날카로운 비명이 밤공기를 갈랐다. 실내체험인 '전설의 고향'을 시작으로, 억울하게 죽어 귀신이 된 윤씨 모녀의 한을 풀어주는 내용의 야외체험에 여기저기서 비명과 환호가 교차했다. 음산한 울음소리 등의 효과음은 어둠에 싸인 민속촌을 울렸고 귀신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비에 촉촉히 젖은 초가집은 그 자체만으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최승희(25ㆍ대학생)씨는 "예상한 것보다 더 무섭다. 특히 옛날 집 문을 여닫을 때 나는 '삐그덕' 소리에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민속촌의 야간 공포체험이 "무섭고 재미있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상종가를 치고 있다.
23일 민속촌에 따르면 6월말 실시한 이달 중 공포체험 사전예약은 인터넷 신청 첫날 반나절 만에 마감됐다. 체험료 1만5,000원이 싼 값은 아니지만 요청이 쇄도해 추가로 받은 대기자 예약도 2시간 만에 끝났다. 예약 취소자도 거의 나오고 있지 않다. 민속촌은 당초 금ㆍ토ㆍ일요일에만 하루 200명씩 받으려던 계획을 바꿔 이달 말은 주중에도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8월 연장까지 검토하고 있다.
현재 야간 공포체험을 즐기는 이들은 20~30대가 가장 많고, 여성이 60% 이상이다. 만족도도 여성이 높은 편이다. 남성의 경우 공포가 좀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민속촌 측은 1974년 개장 이후 38년 만에 처음 시도한 야간개장이 뜨거운 반응을 얻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사실 야간 공포체험은 몇 년 전부터 기획됐지만 운영 문제가 쉽지 않아 실행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민속촌 마케팅팀 김원영(27)씨는 "전체 부지 100만㎡중 약 40만㎡를 활용하는 큰 스케일에다 스토리가 있는 체험이라 좋아하는 것 같다"며 "민속촌이 가진 장소의 장점이 있어 다른 곳에서 흉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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