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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거래제 이렇게 대비하자/ (하) 배출권거래제 도입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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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거래제 이렇게 대비하자/ (하) 배출권거래제 도입의 성공조건

입력
2012.07.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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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당량 정확히 배분해 특혜 막아라"

산업계 반발과 시민사회 우려 속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온실가스(탄소) 배출권거래제가 23일 입법예고됐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주무관청을 환경부로 정하고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동안 모든 업종에 배출권을 무상할당하기로 했다. 입법예고로 배출권거래제의 틀은 갖춰졌지만 산업계의 참여를 유도하고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갈 길은 멀다.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권 거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배출권거래제 성공의 핵심 열쇠는 각 기업의 적정한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이 통상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100톤인데 110톤을 할당받으면 이 기업은 전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고서도 시장에 10톤의 배출권을 팔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과다 할당받은 기업이 많아지면 시장에서 배출권이 남아 돌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죽은 시장이 되는 건 뻔하다.

할당을 제대로 하려면 부처가 각 기업의 배출량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필수다. 배출권거래제를 앞두고 현재 시행 중인 목표관리제(정해진 배출량을 넘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서도 기업마다 배출량이 할당되지만 기업의 이해에 밀리는 경향이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주무 부처가 해당 업종에 과다 할당해 온실가스 감축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는 업계 관계자를 여럿 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입법예고된 시행령이 2017년까지 무상할당을 100%로 정한 것도 기업의 이해관계에 휘둘린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각 기업이 연간 배출할 할당량을 정부로부터 돈을 주고 사오게 하면(유상할당) 기업은 비용 부담 때문에 배출량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지만 할당량을 무상으로 받으면 배출량을 과장해 보고하기 때문이다. 법 제정을 앞둔 올 초에도 산업계가 비용부담과 경쟁력 약화를 주장하는 바람에 배출권거래제 시행시기가 2013년에서 2015년으로 늦춰지고 무상할당량 한도(2020년까지)가 90%에서 95% 이상으로 오른 전례가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무상할당을 많이 받기 위해 배출량 자체를 뻥튀기하거나 로비를 시도할 텐데 이에 대한 감독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애초부터 단일운영체제를 주장하며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농수산식품부 환경부 등 4개 부처 공동 관장체제를 요구해 온 지경부와 주도권 다툼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지경부는 기업을 잘 아는 부처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말해왔지만, 목표관리제에서 지경부는 주요 산업계를, 국토부는 운송업계를 배려하는 문제를 노출해 왔다.

거래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며 "국가가 제시한 '2020년까지 온실가스 30%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2015년부터 배출량을 크게 줄여야 하며, 그러려면 유상할당을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 성공 요인 들어보니 "독일은 단일 부처서 추진… 엄격한 정보 관리는 필수"

"제도 시행 초기에 기업 반발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중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200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한 독일은 1기(2005~2007년) 때 업체가 정부에 제기한 소송만 1,500건에 달했다. 이중 절반 이상(806건)이 할당량이 적다는 불만이었다. 16일 독일 수도 베를린 환경부 청사에서 만난 디르크 바인리이히 환경부 기후변화국 과장은 "소송을 제기한 기업 중 절반은 관련 업계의 부추김에 의한 것"이라며 "이러한 조직적 반발에도 기준을 완화하지 않은 것이 배출권거래제가 정착한 이유 중 하나"고 밝혔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 의지가 강한 하나의 부처가 일관성 있게 제도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독일이 소속된 유럽연합(EU) 역시 할당량 배분에 있어 단일체제의 중요성을 깨닫는 중이다. 도입 초기 각국 정부에 재량권을 줬던 EU는 해당 국가가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앞다퉈 과대 할당하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결국 2013년부터는 EU가 단일 할당 기준을 제시하고 각 국가가 시행계획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배출권 거래정보를 엄격히 관리해 업계의 신뢰를 쌓은 것도 독일 배출권거래제 정착에 도움이 됐다. 온실가스 거래 정보가 노출되면 탄소배출량을 알 수 있고 생산량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거래량은 기업에게 민감한 정보다. 17일 만난 독일 연방환경청 온실가스종합센터(DEHSt) 크리스토프 린덴 과장은 "전자 핫라인(VPS)을 통해 각 기업의 거래 정보가 축적되지만 보안이 철저해 업체들의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문성을 갖춘 인력 130명이 연간 1만3,000건에 달하는 업체 문의에 능통하게 대처하는 것도 비결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베를린(독일)=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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