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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갇힌 한국경제/ 허리띠 조이자니 표 떨어지고, 돈 풀자니 곳간 걱정되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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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갇힌 한국경제/ 허리띠 조이자니 표 떨어지고, 돈 풀자니 곳간 걱정되고 '딜레마'

입력
2012.07.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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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재정건전성, 공평과세.'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서둘러 해결해야 할 우리 경제의 주요 정책 목표라는데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대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복잡한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들어 저마다 우선순위, 접근방법을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펼친다. 선거의 해, 표심에 발목 잡힌 한국 경제의 현주소다.

가계부채냐 부동산 살리기냐

총부채상환비율(DTI)로 대표되는 금융 규제는 우리 경제의 양대 위험요소인 가계부채와 부동산침체 가운데 놓인 연결고리와 같다. 비록 부동산 활황기에 폭등하는 집값을 잡는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그 덕분에 가계 빚을 이 정도로나마 억제하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그래서 DTI 유지를 주장하는 쪽은 무엇보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주로 정부 내 금융ㆍ재정부처와 경제학계, 일부 학자출신 정치인 등 원칙론자들이다. 이들은 글로벌 위기, 고령화 등의 여파로 갈수록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경우, 경제의 핵심요소인 소비ㆍ투자가 줄어들고 결국 성장동력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대로 DTI 추가완화 또는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눈 앞에 닥친 위험을 부각시킨다. 건설업계와 정치권ㆍ정부 일각에서는 "부동산 침체가 이대로 계속되면 경기 회복은 요원하다"며 "DTI를 풀어서라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에 집중된 상황에서 거래마저 실종된 현실은 당장 부동산 업계의 고통뿐 아니라 '하우스 푸어' 양산, 더 나아가 경제 활력에도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상반된 두 목소리 가운데 아직은 가계부채 쪽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점차 시각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균형재정이냐 경기부양이냐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은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의 최대 목표 중 하나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부채 위기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무기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우리처럼 대외 개방도가 높은 나라는 작은 위기에도 신용등급이나 환율, 조달금리 등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과정에서 국가채무비율이나 외환보유액 등의 수치는 주요 잣대가 된다. 정부는 작년 말 현재 34% 수준인 국가채무비율을 2015년부터 30% 아래로 낮추기 위해서는 내년 균형재정 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재정수지를 악화시키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부정적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에도 "내수 부양 역시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의 이런 인식을 "한가하다"고 공격한다. 글로벌 위기 여파로 국내외 경기가 하루가 다르게 급락하는 상황에서 추경예산 등을 포함한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MB정부의 균형재정 목표는 실정을 가리려는 눈속임일 뿐, 지금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써야 할 때"라고 주장한데 이어, 최근에는 무상보육을 위한 추경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20일) 대정부질문에서는 나성린, 김광림 등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나서 "추경 편성 가능성을 닫지 말라"고 요구했다.

비과세 축소냐 취약계층 지원이냐

해마다 되풀이되는 비과세ㆍ감면 축소의 당위성은 올 들어 더욱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조세정의라는 기본원칙 외에도 복지 수요 충당을 위한 세수 확대나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한시적 세금감면 혜택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이익단체들이 태클을 걸고 나섰다. 정부는 올해 초 일찌감치 "연말로 기한이 끝나는 비과세ㆍ감면 조항을 적극 정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내수 활성화, 취약계층 지원 등의 명분으로 벌써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다수가 연장되는 쪽으로 결론 난 상태다.

농어민, 회사원, 대기업 등 선거에 영향이 큰 집단이 비과세ㆍ감면 제도의 수혜계층이다 보니, 선거 직전에 폐지 방침을 밝힐 간 큰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든 구조다. "총액은 줄여야 하지만 이 제도만은 예외로 해야 한다"는 논리가 매년 반복되면서 비과세ㆍ감면 제도 축소 비율은 2007년 64%에서 지난해 25% 수준까지 크게 떨어졌다. 박재완 장관조차 "올해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할 정도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법으로 국세감면율 상한을 정해 강제하고 새로 늘리거나 없애는 감면항목을 명시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역시 국회에서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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