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합니다…."
제주 올래길 여행에 나섰다가 살해된 여성 관광객 강모(40)씨의 남동생(39)은 23일 어렵게 한마디를 내 뱉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내성적이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집과 회사 밖에 모르던 착한 누나가 숨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비통해했다. 동생 강씨는 "어머니가 누나소식을 알지 못하도록 그동안 TV를 보지 못하게 했다"며 "최근 뉴스를 보고 알게 된 어머니가 큰 충격을 받아 큰 누나가 보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혼해 분가한 그는 누나가 여행에 나선 11일 상황을 전했다. 그는 "누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며 "한 달 전 계약한 일을 끝내고 쉬다 어머니에게 '올레길이 보고 싶은데, 발목이 별로 좋지 않으니까 올레길을 조금만 다니다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말했다.
2박3일 일정으로 떠난 누나가 돌아와야 할 13일까지 소식이 없자 동생 강씨는 다음 날 실종신고를 했다. 그는 "실종신고를 했어도 수사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어떻게 해서든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포상금 1억원을 걸었다"며 "전단지도 배포하려고 제작 중이었다"고 했다. 동생 강씨는 또 "누나가 실종된 14일 제주 현지에 내려가 누나의 휴대전화가 꺼진 기지국의 반경 5㎞ 내 마을을 렌터카를 타고 샅샅이 뒤졌다"고 말했다. 그는 누나가 억류된 느낌을 받아 경찰에서 조서를 쓸 때 '사냥개 100마리라도 풀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동생 강씨는 클래식공연 기획사를 운영하며 외국 유학을 준비하다 누나가 실종된 뒤 제주로 내려가 매일 수색에 참여했다.
그는 그동안 자신과 가족의 심경을 블로그를 통해 전하기도 했다. 그는 "누나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눈물이 자꾸 나서 글을 쓸 수 없다", "(누나가) 얼마나 끔찍하고 힘들었을지, 고통스러웠을지 상상할 수 없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적었다.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했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강씨는 "올레길에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어 이 곳을 와 본 사람은 누구나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여자 혼자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문 하나만 있어도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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