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처형될 처지에 놓인 보도연맹원 480명의 목숨을 살린 고 안종삼(1903~1977) 전 전남 구례경찰서장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 고인이 된 경찰관의 공적 등을 기리기 위해 동상을 제작한 것은 68년 1ㆍ21 청와대 습격 때 사망한 최규식 경무관과 6ㆍ25 전쟁 당시 지리산 공비토벌작전에서 무공을 세운 차일혁 총경에 이어 세 번째다.
구례경찰서는 24일 오전 경찰서 앞마당에서 안 전 서장의 동상 제막식을 갖는다고 23일 밝혔다. 안 전 서장의 동상은 높이 5.9㎙(좌대 2.4㎙ 포함)의 전신상으로, 생존 당시 경찰 전투복을 입은 모습으로 제작됐다.
안 전 서장은 인본주의 정신을 몸으로 실천한 경찰의 표상으로 2월부터 추모사업이 시작됐다. 경찰은 유가족 등과 함께 추모사업단을 구성, 지역 사회단체와 주민 등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여는 등 동상 건립사업을 추진해왔다. 구례군은 동상 건립 비용 5,000만원을 전액 지원하기도 했다.
안 전 서장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50년 7월 24일 ‘구례경찰서에 구금돼 있던 보도연맹 소속 주민 480명을 사살하고 퇴각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모두 풀어주는 용단을 내렸다. 보도연맹원 석방 당시 그는 “지금부터 여러분을 모두 방면합니다. 애국의 기회를 줄 테니 나라에 충성하십시오. 이 조치로 내가 반역으로 몰려 죽을지 모르지만, 혹시 죽으면 나의 혼이 480명 각자의 가슴에 들어가 지킬 것이니 새 사람이 돼주십시오”라고 비장한 연설을 남겼다. 무고한 주민들의 희생을 막은 안 전 서장의 공적은 2010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구례지역 보도연맹원 학살사건 진실규명 결정서를 통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의 결단과 용기는 대한민국 경찰사의 재해석과 더불어 후배 경찰관에게도 귀감이 될 것”이라며 “안 전 서장 동상에 대해 현충시설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례=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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