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산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도 "농업은 앞으로 20~30년 후 가장 각광받는 산업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듯이, 21세기 농업과 식품산업은 식량생산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넘어 기능성 식품, 식의약 소재, 섬유, 에너지 등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잡초에 불과했던 거대억새를 바이오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 축산폐수를 미생물에게 공급해 전기를 생산하는 미생물 연료전지 연구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농식품 산업의 눈부신 진화 뒤에는 생명공학기술의 공이 숨어 있다. 우리가 이 두 주체의 만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농식품 산업과 생명공학기술의 융합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식량문제 해결이다. 미래의 기아는'신종 기아'(new hunger)라 할 만큼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입할 수 없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해 세계인구는 70억 명을 넘어섰고, 2050년께는 90억~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30~40%의 식량이 더 필요하게 된다. 식량 수요는 늘지만 식량 생산량은 줄어들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게다가 귀중한 곡물자원이 자동차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식량안보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씨앗 한 알 속의 유전자에는 각종 질병이나 해충에 대한 저항성, 높은 온도나 추위 그리고 가뭄에 대한 저항성, 기능성 영양성분 등 실로 다양한 정보가 숨어있다.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해 이 정보를 해독하고 활용한다면 가뭄, 고온, 저온 등에 잘 견디고, 병해충에 강하며 생산성도 높은 획기적인 종자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고용 없는 성장시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생명공학에 기반을 둔 수출농업은 일자리 창출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 거대한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일례로 1995년에 시작된 파프리카 수출은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 2011년에는 일본, 호주, 캐나다 등에 약 6,600만 달러를 수출한 바 있다. 주변의 거대시장을 개척해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면 종자ㆍ유통 및 시설자재산업 등 전후방 연관 산업을 동반 발전시키면서 많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생명공학기술을 바탕으로 수출국에 적합한 품종을 만들고, 재배기술을 발전시킨다면 고용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셋째, 다양한 신소재 개발로 미래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 본격 생산을 시작한 감귤바이오겔을 예로 들어보자. 농업진흥청에서 개발한 감귤바이오겔은 감귤 껍질에 미생물을 넣어 만든 신소재다. 미용 뿐만 아니라 찢어진 상처를 치료하는 의료용품, 정보기술(IT) 및 산업용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바이오 장기 생산용 복제돼지, 혈우병 치료제 생산용 형질전환돼지, 실크단백질을 이용한 수술용 봉합사 등 의약품과 에너지, 화장품, 섬유 소재분야에서 국가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소재 산업 아이템들이 농식품 분야에는 무궁무진하다.
농식품 산업을 국가 미래성장 핵심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농업생명공학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또한 민간부문 투자의 활성화 여건조성, 소비자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농업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은 미래 인류의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열쇠이다. 다가오는 바이오시대에 농식품 산업이 국가의 핵심산업으로 후손에게 물려줄 가장 값진 유산이 되길 기대한다.
박현출 농촌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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