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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안철수의 생각>을 생각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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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안철수의 생각>을 생각하는 법

입력
2012.07.2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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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파괴력은 죽지 않았다. 책 한권의 위력치고는 기대 이상이다. "달랑 책 한권 내고 대통령 되겠다고 한다"는 홍사덕의 발언에서 안철수의 파괴력을 애써 무시하려는 박근혜 측의 속내가 그대로 읽힌다. 그러나 무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안철수는 이미 정치적 실체다.

안철수의 책이 안철수의 대선 행보에 어떤 영향을 줄까. 득과실이 같이 있을 것이다. 득은 대중적 관심을 다시 모아내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지지율의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유의미한 표의 이동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어떨까. 안철수의 책이 박근혜 지지자를 끌어낼 수 있을까. 기대하기 어렵다. 박근혜의 지지층은 안철수의 책에 휘둘릴 정도로 약하지 않다. 책이 나온 후에도 1대 1 가상대결구도가 4~5% 포인트 정도 박근혜 우위로 조사된 것에서도 이런 정황은 확인된다.

안철수의 책 때문에 비상이 걸린곳은 문재인 쪽이다. 결선투표제 수용이라는 통큰 결단과 '모바일 투표 무제한 허용' 이라는 실리를 챙겨든 문재인이다. 바야흐로 '문재인 대세론'을 만들어 하한정국을 문재인 정국으로 만들어 가려는 찰나였다. 안철수의 책은 바로 이 시점에 터져 나왔다. 문재인에게 모아지고 있었던 국민의 관심이 다시 안철수에게로 기울었다. 모르긴해도 문재인 지지자 몇 명은 안철수에게로 옮겨갔을 것이다. 안철수에 대한 문재인의 대응을 주목하는 이유다.

책은 메시지다. 소통의 한 수단이지만 소통 자체는 아니다. 안철수는 청춘콘서트를 통해서 젊은 층의 아픔을 '위로'하고 그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그럼에도 앞으로 함께 나아가자고 '격려'하고 '희망'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을 통해서는 메시지를 던질 수만 있을 뿐이다. 그것도 상대적으로 딱딱하고 드라이한 정책 비전 이슈를 중심으로.

책이라는 매체의 속성상 이번 안철수의 책도 찬반 양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지지자들을 더 열광적으로 결집시키지만 그와 동시에 정치적 반대자도 만들어 낼 것이다. 책은 구체적으로 서술되므로 두루뭉수리하게 대충 넘어가지 못한다. 곤란한 상황을 얼버무릴 수 있는 헛기침도, '어…음…' 같은 유보도 허용되지 않는다. 책은 냉정하고 엄격하고 드라이하다. 좋은 싫든 안철수가 책 출간을 계기로 정치적 검증의 무대에 올라섰다고 보는 이유다.

안철수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그가 입을 열어 현안에 대해 말하기 시작 했으므로 그가 설명한 현안들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해야 한다. 안철수가 이 책에서 현안들에 대한 여·야의 공방 중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취사선택했다 하더라도 그걸 비난해선 안된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으므로. 그러므로 질문은 안철수의 발언이 끝난 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제대로 준비된 질문을 하는 것도 후보 역량 아니겠는가.

안철수의 책을 '달랑 한권'으로 폄하하지 말라. 한권이면 어떻고 열권이면 어떤가. 아예 책이 없으면 또 어떤가. 중요한 것은 안철수가 책에서 주장한 메시지의 적실성이다. 절충도 나름의 주견이 있어야 가능하다. 책의 주장이 절충이라 해서 그의 주견과 그의 철학을 절충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극한까지 밀어붙어야 한다. 안철수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책에서 주장한 안철수의 '생각'들을 극한까지 밀어붙어서 검증 해야 한다. 애매모호한 대목들이 한군데도 남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이 그동안 검증받았듯 엄중하고 혹독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안철수가 이 시점에 책을 펴낸건 검증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검증해 보라는 자신감의 발로다. 그러므로 이 책을 '달랑 한권'으로 무시하면 안된다. '달랑 한권'으로 대통령이 되지 말란 법도 없고 그 '달랑 한권'으로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안철수의 생각> 으로 인한 모든 정치적 결과는 온전히 안철수의 몫이다. 그는 이미 정치적 실체고 이번의 행보는 명백한 정치적 행보다. 더 이상의 유보는 없다. 냉혹한 정글의 법칙을 안철수가 하루 빨리 몸과 마음으로 익히기를 바랄 뿐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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