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을 알게 되면서 내 주위에는 항상 책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머니는 책을 통해 내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코스모스> 를 읽고 대우주의 신비함을 경험했고,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를 통해서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물리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파인만의> 코스모스>
#2.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책임감 있게 해결하도록 교육을 받았다. 두 분이 모두 직장일로 바쁘셨기 때문에 숙제나 공부는 혼자서 하는 일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제해결 능력이 길러진 듯하다."
두 개의 자기소개서 중에서 면접관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어떤 것일까? 당연히 앞의 것이다. 자신의 교육환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물리학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음을 인정받아 수시 합격으로 이어진 자기소개서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 수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비중이 커지면서 자기소개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수능을 100여일 앞두고 공부 일정도 빠듯하지만 자기소개서에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수시 기회를 통째로 날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합격 소개서는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것일까. 국어과 교사로서 23년 경력을 담아 <대학을 사로잡는 자기소개서, 추천서> 를 쓴 울산 제일고 박종석(47) 교사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대학을>
일관된 주제를 잡아라
"학교에서 '윤리'를 주제로 한 논술 특강을 들으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여러 날을 고민했고, 그 고민의 답은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내 정신, 내 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정신의 근원이 무엇일까, 생물의 적응과 진화에 있어서 마음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환경과 상호작용할까'에 대한 답이 궁금해졌습니다. 스트레스로 정신을 놓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문턱까지 가 본 경험은 사람들의 정신적인 충격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중략) 이러한 경험들은 제가 '정신과 의사'를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서울대 의대에 특기자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의 자기소개서다. 평범한 윤리 수업이 어떻게 정신과 의사라는 진로로 연결됐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학생은 자율학습 시간에 친구들의 고민을 듣다 선생님들께 혼난 사실도 정신과 의사로서의 자질과 연결시켜 일관성을 유지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교과목 성적 등급, 수상경력, 부모의 이력ㆍ직업, 가족관계 등을 단순 나열하는 것이다. 그보다는 학교와 전공 선택에 영향을 미친 사건과 경험을 가려 뽑아서 기술해야 한다. 자신이 평범해 특이한 경험이 없다는 학생들이 많지만 가령 아버지의 직장에 가 본 경험처럼 사소한 것이라도 좋은 소재가 된다. 박 교사는 "잘 쓴 자기소개서란 학생이 원하는 과에 진학하기 위해 노력한 것들이 잘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정을 드러내라
선택한 전공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아낌 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수상경력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적극적으로 활동한 내용을 쓰면 된다. 생명과학과에 지원한 한 학생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7개월 동안 까마귀를 관찰한 내용을 썼다. 내신등급이나 수능성적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생명과학에 대한 열정이 높게 평가돼 합격했다.
그저 많은 활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언론 관련 학과에 지원한 한 학생은 고1 때 교지를 보고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이후 영자신문을 열심히 읽고 지역신문 청소년 기자단에 참여했다는 내용을 적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교지의 어떤 기사가 자신에게 무슨 영향을 줬는지, 청소년 기자단 활동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사를 작성했고, 그 활동이 어떤 도움을 주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 쓴다면 보다 합격에 가까운 자기소개서가 된다.
구체적으로 기술하라
엄격한 부모 밑에서 책임감 있게 자라났다는 식의 글이야말로 가장 피해야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모호한 자기소개서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서 읽는 사람이 학생의 특성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보다 "우리나라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주변 4개 강국과의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관이 되기 위해 영어ㆍ일어ㆍ중국어 공부와 지역학을 공부하겠다"고 쓰는 게 좋다.
산림환경학과를 지망한 한 학생은 독서활동과 관련해 도종환 시인의 '해인으로 가는 길'을 읽고 "학업에 지치고 마음이 약해질 때면 '산 벚나무'를 읽었습니다. 풍경을 조용히 머릿속에 그려보며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집중했고, 성취에 자만하지 않고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상기시켰습니다"라고 썼다. 단순한 독서감상문보다 훨씬 지원자의 성격과 품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단점도 솔직하게 밝혀라
흔히 자신의 단점, 지원 대학이나 학과와 무관한 활동에 대해서는 적당히 둘러대려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박 교사는 "면접관들은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보기 때문에 과장이나 미화된 부분을 대부분 찾아 낸다"며 "면접 과정에서 거짓이 드러나면 자기소개서 전체의 진실성을 의심 받아 합격과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미 하버드대는 입학을 앞둔 학생의 자기소개서에 증빙할 수 없는 자료를 첨부한 사실을 뒤늦게 발견해 합격을 취소한 적도 있다.
단점은 극복하는 과정을 쓰면서 지원 분야와 연결지으면 좋다. 내성적인 학생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 끝에 동아리 회장을 맡으며 적극성과 리더십을 기른 과정을 그린다면 단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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