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은 코스닥시장에서 부동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2위와 격차가 3배나 난다. 하지만 이 회사에는 '유령주'란 오명이 따라 붙는다. 명색이 제약회사인데도 판매중인 의약품이 없고, 변변한 매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
그런데도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건 단 하나 '기대감'이었다. 셀트리온이 창립 후 10년 동안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라는 신시장에 매진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셀트리온이 결국 첫 결실을 내놓게 됐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관절염치료제인 레미케이드(존슨앤존슨이 만든 오리지널약)의 바이오시밀러로 셀트리온이 개발한 '램시마 주'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시판이 허가된 사실상 세계 최초의 사례다.
의약품은 ▦화학약품으로 만드는 합성의약품 ▦생물의 세포나 유전자를 이용해 만드는 바이오의약품 등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바이오시밀러란 이 가운데 특허 기간이 끝난 바이오의약품을 본 떠 만든 의약품을 말한다. 합성의약품의 제넥릭(복제약)과 같다고 보면 된다.
역사가 100년이 넘는 합성의약품은 더 이상 신약이 나오기 힘들어졌지만 1980년대 첫 선을 보인 바이오의약품은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미 1,0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의약품 시장 가운데 20~30%를 차지하고 있고, 그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바이오의약품들의 특허가 속속 종료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때문에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사는 물론 삼성 LG 한화 등 국내 대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인미답인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사례는 없었다. 바이오의약품은 분자구조가 복잡해 합성의약품처럼 복제약을 만드는 것이 간단치 않은 데다, 비용이나 연구기간이 만만치 않다. 적어도 1,000여명에 달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2~3차에 걸친 임상실험을 통해 원조약과 동등한 효능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4~5년 동안 수천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
또 본격 생산을 위해선 대규모 설비가 요구되는 장치산업이기도 하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램시마 개발을 위해 7년 동안 약 2,000억원을 투자했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성과에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가능성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국내업체가 사실상 선점한 것으로 수백조 시장에 마침내 첫발을 내딛게 됐다"며 "국내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해외에서의 상용화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에 대한 약가 등재 과정을 거쳐 올 3분기 중 국내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아시아와 남미 등의 국가에서도 시판 허가를 준비 중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레미케이드 시장이 8조원에 달하는 데다 매년 10% 이상 급성장하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4~5년 간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독점 공급하며 수 조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셀트리온은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도 임상을 완료한 상태다.
서정진(사진) 셀트리온 회장은 "바이오시밀러는 전세계 의료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며 "합성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은 적고, 효능은 높은 바이오의약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해 환자 개인의 복지 증진과 국가 의료재정 완화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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