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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스페인,국가체제까지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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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스페인,국가체제까지 흔들

입력
2012.07.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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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경제난은 매우 심각하다. 공식 실업률이 24%를 넘었고, 청년층의 태반이 실업자다. 경제성장률은 내년까지 마이너스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유로존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정도로 은행의 부실도 깊다.

하지만 이 나라의 문제는 경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위기 극복을 이끌고 살 길을 제시해야 할 국가 중추기관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왕실의 권위가 전에 없이 추락했고, 입법ㆍ행정ㆍ사법부는 국가 위기상황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자에서 "국가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매우 광범위하다"며 "스페인이 1975년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의 죽음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한 이후 가장 심각한 체제의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우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왕실의 권위가 예전같지 않다. 75년 즉위 이후 국민의 존경을 받아 온 후안 카를로스 국왕은 최근 경제난 속에서 한가하게 아프리카로 호화판 코끼리 사냥 여행을 다녀 온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왕의 사위는 회삿돈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사법부도 조롱의 대상이다. 올해 초 사법부는 '인권판사'로 국민적 인기를 얻던 발타사르 가르손 판사의 직무를 정지해 여론의 비난을 샀다. 지난달에는 카를로스 디바르 대법원장이 공금을 해외여행 등에 유용했다가 물러났다. 의회와 총리의 리더십도 매우 소극적이다. FT는 "스페인 의회가 방관자 역할에 그치고 있다"며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중요한 결정을 발표할 때 대국민 담화를 하지 않고 법령을 포고하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전했다. 국민을 상대로 허리띠 졸라매기를 설득하고,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포기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라호이 내각이 경제개혁 문제에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77년 프랑코 사후 혼란 상황에서 노사정이 단결해 체결한 몽클로아 협정과 같은 획기적 전환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 정권에서 총리 보좌관을 지낸 인사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소수민족인) 바스크족과 카탈루냐인을 포함해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협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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