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비례대표 경선 부정에 휩싸인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안을 표결에 부치려 했으나 구당권파와 일부 의원 반대로 무산됐다. 구당파 소속 이상규(서울 관악 을) 의원은 25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 이후로 표결 연기를 요구했고, 중립성향인 김제남(비례대표) 의원이 여기에 가세했다. 이에 따라 통합진보당은 26일 의총을 다시 열어 제명안을 처리키로 했으나 구당권파의 저항이 여전해 전망은 불투명하다.
구당권파가 제명안 의총 표결을 25일 중앙위원회 이후로 연기하자는 의도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중앙위원회에서 경쟁부문 비례대표 총사퇴 결정과 비례대표 경선을 부정ㆍ부실로 판단한 제1, 2차 진상조사 결과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중앙위원회 구성 면면에 비춰 승산이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구당권파는 그제 국회에서 5차례나 기자간담회를 갖고 "진보의 분열과 공안 탄압을 부르는" 두 의원 제명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지금 진보의 분열과 공안 탄압을 자초한 세력이 누구인지. 당초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이 중앙위 결정대로 자진 사퇴했다면 통합진보당은 벌써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과 상처를 추스르고 새 출발을 했을 것이다. 이른바 종북 주사파로 지목 받는 그들이 지금처럼 몹씁병 환자 취급 당하는 데까지 몰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의원이 버티면 버틸수록 구당권파는 물론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진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두 의원의 제명은 되돌릴 수 있는 선을 넘었다. 19일 강기갑 대표 등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 전당대회 결과도 당심이 어디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일반 국민들의 생각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설령 구당권파가 25일 중앙위원회에서 경쟁부문 비례대표 총사퇴 결정 뒤집기에 성공한다 해도 달라질 게 없다. 그들에 대한 피로와 혐오감이 한층 증폭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진보정당이 설 자리가 없다. 구당권파는 더 이상 진보정당의 새 출발을 바라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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