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시장의 최강자인 구글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사진)는 현재 은둔상태다. 최대 연례행사인 지난달 주주총회와 개발자회의를 잇따라 불참한 데 이어 지난 19일 실적발표 설명회(컨퍼런스 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유는 건강문제. 하지만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lost his voice)"고만 말했을 뿐이다.
글로벌 IT황제의 와병설, 그리고 이에 대한 구글측의 석연치 않은 해명이 이어지면서 참다 못한 월스트리스트가 마침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차원에서 래리 페이지의 병세를 자세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상품중개업체인 BGC 파트너스의 콜린 킬리스 애널리스트는 "구글이 래리 페이지의 상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주주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며 "개인 프라이버시도 존중해야 하지만 투자자에게 페이지의 상태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상장기업의 CEO 건강문제는 투자자들에겐 큰 관심사다. 만약 CEO건강에 치명적 이상이 있다면 정상적 회사운영이 힘들 것이고 이는 기업가치와 실적,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글 같은 초대형기업이라면 CEO의 병세는 더 이상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반드시 공개되어야 할 정보라는 게 월스트리트의 시각이다.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사례도 거론되고 있다. 잡스는 췌장암 투병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붙인 채 병가와 복귀를 반복했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서스퀘하나 파이낸셜 그룹의 허만 룽은 "스티브 잡스가 직접 아이패드에 대해 설명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설명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 아닌가. 구글의 래리 페이지도 같은 경우"라며 그의 공백이 간단치 않은 문제임을 강조했다.
현재 IT업계와 월스트리트에선 래리 페이지의 병세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다. 39세의 젊은 나이임에도 머리가 하얗게 센 것을 근거로 중증 갑상선암을 앓는 것이란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급성후두염이나 근육경직성 발성장애에 걸렸거나 심지어 성대에 양성종양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그는 지난달 22일 구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으며 계속 회사를 이끌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도 "페이지가 목소리를 완전히 잃은 게 아니며 너무 많이 말을 해 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숨겨선 안 되는 것이 지금의 실상"이라며 "구글의 대응이 늦어질수록 시장의 의혹과 소문은 더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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