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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일관성과 치밀한 전개 돋보이나 논증 및 구체적인 대안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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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일관성과 치밀한 전개 돋보이나 논증 및 구체적인 대안 제시해야

입력
2012.07.2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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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을 간결한 문장으로 일관성 있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을 만하다. 문장과 문장, 단락과 단락을 연결시키는 능력이 뛰어나 학생이 적지 않은 공력을 들여 글을 작성했음을 짐작하게 해 준다. 고교생으로서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은 최근의 정치적인 이슈를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 역시 칭찬하고 싶다. 사안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논의를 전개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문제의식을 교과서 논란에서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로 확장시키려 시도한 것도 좋았다.

이번 논란을 자초한 평가원은 교육의 중립성을 방패로 내세우며 정치적 해석을 자제해달라고 했지만 이런 해명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김춘수가 민정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학생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평가원의 결정이 오히려 교육의 중립성을 해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소한의 상식과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평가원의 결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볼 때 학생의 글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내용적으로는 나무랄 데가 별로 없지만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점을 찾아보자.

먼저 학생은 서론에서 현 정부의 보수적 정치 성향이 잇따라 터져 나오는 표현의 자유 논란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서론에서 이런 문제제기를 해 놓고도 정작 본론에서는 이를 입증하거나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단 한 번, 5번째 단락에서 "도 의원이 만약 여당의원이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의문은 법적, 관습적 근거가 부족한 지나친 통제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라는 문장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문장은 단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그치고 있어서 주장의 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그리고 다시 마지막 단락에 이르러서야 "문학 작품 교과서 수록 검정에서 현 정권의 보수적 색채가 그대로 노출"되었다고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그 주장의 타당성 여부와는 별도로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하면 본론 부분에서 논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글의 짜임새를 더 조밀하게 만들 수 있다.

또 한 가지 지적하자면 학생의 글은 문제점을 비판하는 데에는 장점을 보이고 있으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약한 편이다. 서두에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현 정부의 정치적 보수성을 지적했으니 이후에는 그에 알맞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학생이 제출한 "유연성과 엄격함"의 조화라는 대안은 다소 추상적인 것으로, 이것이 적절한 해결책이 되려면 반드시 구체적인 내용이 수반되어야 한다. 법제화나 정부조직 개편과 같은 제도적 차원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그것을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마지막 문장의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라는 표현 역시 재검토하는 것이 좋다. 물론 그 자체로는 옳은 말일 수 있으나 논술문에서 요구되는 것은 바로 그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명료한 언어의 형태로 제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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