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무서워서 살겠나. 한여름 공포영화도 아니고 어제 오늘 검색어 순위를 장식한 키워드들을 보건대 그 누가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했던가 싶다. 살인 강간 강도,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지난달 국가경쟁력 22위로 기록된 게 우리나라라던데 그 뒷자리의 중국, 뉴질랜드, 벨기에보다 뭐가 나아 앞자리를 차지한 걸까.
물론 국부를 늘릴 수 있는 능력의 잠재력으로 보자면 필시 우리는 그 순위를 아쉬워할 만큼 여전히 가능성이 농후한 나라이긴 하다. 국내총생산량이 세계 15위나 되는 경제 대국이 아니던가.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1인당 평균 2,193시간이라는 최장 노동시간 1위를 장식한 데 이어 저임금 노동자 1위의 타이틀도 함께 보유하고 있으니 부려먹을 노동력 걱정이야 두말이면 잔소리인 거고.
이렇듯 억지를 쓴 경제는 물론이거니와 스포츠와 문화의 다방면에서 복합적인 성취를 거두고 있는 듯 선전이 한창인 이 나라에서 어제 오늘 벌어진 일련의 엽기적인 사건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들 마음의 평정을 얻게 하고자 유명 종교인들이 집필한 책들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가운데, 그럼에도 나날이 상처 입히고 상처 받는 사람들의 물고 물리는 관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찌감치 집에 들어와 문단속을 몇 겹이나 해대는 나다. 여름휴가 지나면 혼자 배낭 메고 올레를 걸으며 삶을 다잡아볼 참이었는데, 여하튼 이 나라에 약 뿌려 없앨 벌레 같은 변태 참 많다니까.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