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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NIE] 평가원, 도종환 시 삭제 권고는 교육 중립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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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NIE] 평가원, 도종환 시 삭제 권고는 교육 중립성 훼손

입력
2012.07.2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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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는 미네르바를 시작으로 해서 방송사들의 파업까지 거의 모든 이슈에 있어서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성장했다는 것을 대변하는 반면 현 정부의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도종환 시인(현역 국회의원)의 시에 대한 교과서 삭제 권고로 한국 문화예술계는 물론 여야를 포함한 정치권에서 뜨거운 논란이 있었다. 문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문학계의 강한 반발과 문학작품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댔다는 여야의 뭇매가 주된 반응이었다. 결국 평가원은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도 의원 시의 교과서 게재가 선거관리법 위반과 무관하다는 답변을 바탕으로 권고 철회로 논란은 일단락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히 교과서검정 상의 절차적인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평가원에 따르면 교과서검정은 원칙적으로 교수 교사들로 구성된 독립기구인 검정심의회의 심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교육에 있어 교과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어느 때보다 공정함을 요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볼 때, 평가원은 공정성을 지키기는커녕 자신들이 스스로 내세운 원칙을 지키지도 못한 듯하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위탁을 받아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 적용을 위한 2012년 교과서 검정 사업'을 해온 평가원은 지난달 26일 검정 심사를 통과한 중학교 국어 교과서 16종에 대한 수정 보완 의견을 출판사에 보내면서 도 의원의 문학작품 게재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관련 검정기준 항목 중 '교육의 중립성'의 하위항목으로 '정치적 파당적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거나 특정 종교 교육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된 내용이 있는가'라는 심사관점 기준을 근거로 한 요구로, 사실상 출판사에는 삭제권고이다. 하지만 문학계와 정치권의 반응은, 현역의원이란 이유만으로 반민족 반국가 인사가 아닌 작가의 문학작품의 교과서수록을 배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평가원의 가장 큰 실수는 교육 중립성을 표방하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보수적 성향 때문에 교육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지나친 통제는 객관적인 공정성을 유지하기보다는 주류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애초에 교과서에 수록되는 작품은 작품 자체만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작가의 의원 신분을 근거로 본질적으로 서정시인의 시가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해석은 비합리적인 교과서검정이다. 또한 융통성이 없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지나친 통제는 그 범위와 경계의 모호성 때문에 계속해서 형평성과 사회분열 같은 다른 문제들을 낳을 것이다. 도 의원이 만약 여당의원이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의문은 법적, 관습적 근거가 부족한 지나친 통제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문제 역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현역 의원이란 이유만으로 문인의 작품이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검열을 받는 상황이 된다면, 어떤 작가의 말처럼 그것은 과거 유신체제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도종환 의원의 말처럼, 정치를 하기 위해 그러한 부당한 처사를 감수해야 한다면 누가 문화예술계를 대변하려 할까? 교육 중립성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한다 하더라도 이번 평가원의 행보는 정치적 의도와 무관한 표현, 작품을 무리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해 향후 문화예술계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뻔했다고 할 만큼 위험했다.

평가원과 교과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유연성과 엄격함의 적절한 발휘에 있다. 교과서 검정심의회의 독립성과 같은 실질적으로 검정의 객관성을 보장해주는 절차는 확고히 하되, 내용적인 부분에서의 지나친 검열을 지양해야 한다. 또한 평가원이 밝힌 바처럼 거대한 시대 및 사회변화를 교과서에 능동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가치적인 측면에서도 단순한 정치적인 협소한 안목에서 벗어나 시대적 가치의 특성마다 적절하게 엄격함과 유연함이 드러나야 한다. 구체적으로 현 정권 들어 교육에 대한 종교계와 정치권의 입김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과 같이 유연성이 필요한 문학작품의 교과서 수록 검정에서 현 정권의 보수적 색채가 그대로 노출되거나, 교과서 내용에 대한 창조론자들의 입장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 역사왜곡으로 정체성의 존립에 위협을 받는 시대에서 우리는 엄격함을 내세워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유연함을 토대로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경기 고양 안곡고 3학년 최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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