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탁구의 유망주 중 한 명인 이상수(22ㆍ삼성생명)는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으로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아니라 훈련 파트너로 선수단과 함께 런던으로 건너왔다.
런던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마라톤을 다룬 영화 '페이스 메이커'를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런던 올림픽이 배경이라 새롭게 다가왔다. 페이스 메이커는 '올림픽 금메달' 도우미를 다루고 있는 영화. 극중에서 주인공 주만호는 민윤기의 금빛 레이스를 돕기 위해 30㎞까지 페이스를 조절하는 역할이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메달 후보를 위해 희생하는 임무다. 주만호의 역할은 올림픽에 훈련 파트너로 온 선수들과 묘하게 매치됐다.
훈련 파트너는 자신의 목표가 아닌 '팀 코리아'를 위해서 런던으로 건너온 선수들이다. 대한탁구협회는 이상수 외에도 10명의 훈련 파트너를 데려와 목표 달성에 힘쓰고 있다. P카드(예비 선수)를 제외한 남녀 선수단이 6명이지만 훈련 파트너는 10명에 달한다. 강희찬 여자대표팀 감독은 "예선전을 할 때 단체전만 출전하는 선수들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파트너를 많이 데려왔다. 베이징 대회에서는 3명이었지만 이번 대회는 단체전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희생하기 위해 런던에 입성한 훈련 파트너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올림픽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올림픽에 직접 출전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상수는 "나중에 큰 대회에 출전하면 훈련 파트너의 경험이 분위기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 훈련 시간을 빼앗기고 경기장에도 표를 사고 들어가야 하는 등 애로사항도 많다. 그럼에도 이상수는 "저의 도움으로 메달을 딸 수 있다면 보람찬 일이 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레슬링 종목 역시 출전 선수가 7명에 불가하지만 훈련 파트너는 10명을 데리고 들어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메달 도전에 힘을 실어줄 훈련 파트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 메이커에서는 '팀 코리아(TEAM KOREA)'의 의미가 강조된다. 영화처럼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눈부신 성과를 거둬 '훈련 파트너의 희생'과 코리아라는 이름이 더욱 빛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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