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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TE에 밀려 설 땅 잃은 와이브로, 출구 전략을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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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TE에 밀려 설 땅 잃은 와이브로, 출구 전략을 짜라

입력
2012.07.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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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서비스를 하려면 통신장비와 단말기(휴대폰)가 필수다. 그런데 통신장비도 단말기도 다 부족하다. 업체들이 더 만들려고 하지도 않는다. 통신회사로선 당연히 이 서비스를 중단하려고 들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계속하라고 펄쩍 뛴다. 통신사로선 진퇴양난이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얘기다. 와이브로는 2002년 전자통신연구원과 삼성전자가 공동 개발한 4세대 국산 이동통신기술로 국제표준도 받았다. 정부는 이 기술이 세계적으로 채택되면 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짐은 물론, 로열티 수입도 늘어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비용이 적게 드는 LTE기술이 등장하면서, 와이브로는 설 땅이 없어졌다. 통신장비도 더 이상 나오지 않고, 휴대단말기도 신제품 개발이 끊긴지 오래다.

보다 못한 KT가 총대를 맸다. 표현명 KT사장은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와이브로 상용화를 했던 해외통신업체들이 모두 (중국이 개발한) TD-LTE로 전환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고립을 피하려면 (와이브로 중단과 TD-LTE 전환 같은)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발끈했다. 이계철 방통위원장은 지난 20일 "와이브로는 아직도 쓰일 데가 많다. (KT가) 와이브로를 하기 싫으면 주파수를 도로 내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일갈에 KT는 부랴부랴 "중단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계속 할 것이다"고 해명했지만, KT의 진심이 그게 아니란 걸 알 사람은 다 안다.

정부로선 세계표준 운운하며 자랑했던 기술을 10년 만에 스스로 접는다는 게 무척 자존심 상할 것이다. 더구나 와이브로를 이긴 TD-LTE가 중국 기술이란 점도 찜찜할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이 버린 서비스를 계속 붙들고 있으라고 기업에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

책임 있는 당국이라면 빨리 '와이브로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 당장 와이브로를 끊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TD-LTE는 병행하도록은 해야 한다. 세계가 이미 한국산 와이브로 대신 중국산 TD-LTE를 선택했는데, 우리만 국산기술을 고집하는 것 자체가 더 넌센스다.

최연진 산업부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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