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8명의 주자 중에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앞선 것으로 나타나는 후보가 문재인 상임고문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親盧)세력의 중심에 서 있는 데다 민주당 취약지인 부산ㆍ경남(PK) 출신인 점 등이 강점으로 작용하면서 현재 다른 후보들에 비해 한발 앞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후보는 경선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른바 '비문(非文) 주자'(문 후보를 제외한 다른 주자)들로부터 극심한 견제를 받아야 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공세는 더욱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를 겨냥한 각계의 강도 높은 검증 작업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부산저축은행 구명 청탁 의혹
새누리당은 올 3월 초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에 문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금융감독원 간부에게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선처를 부탁하는 전화를 걸었고 문 후보가 대표였던 법무법인 부산이 그 대가로 2004~2007년 부산저축은행에서 59억원어치 사건을 수임했다는 게 골자였다. 법무법인 부산은 1995년 문 후보가 주축이 돼 설립된 로펌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씨가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부산 측은 수임 사실은 맞으나 문 후보가 청탁한 사실은 없으며 정상적인 변호 활동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문 후보가 청와대 집무실에서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과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함께 만나 유병태 당시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다시 일었다. 문 후보 측은 "(문 후보는) 전화를 건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문 후보와 법무법인 부산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건 수임료가 다소 과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아들 취업 특혜 시비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에 대한 취업 특혜 의혹도 제기된 적이 있다. 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PT 및 동영상 전문가를 뽑으면서 채용 공고에는 'PT 및 동영상 전문가'라는 말을 넣지 않아 결과적으로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인 문 후보의 아들 한 명만 응모하게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권재철 고용정보원장이 문 후보의 민정수석 시절 바로 밑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인연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추가됐다. 고용정보원 측은 "입사에 특혜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문 후보 아들 준용씨는 2010년 1월 고용정보원을 퇴사했다.
총선 직전에는 문 후보가 경남 양산시 매곡동에 있는 주택의 무허가 건물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 제기가 있었다. 세 개 동(棟)으로 구성된 건물 중 사랑채 일부가 무허가 상태로 재산 신고 목록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사랑채가 재산 신고에서 누락된 점은 인정했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보긴 어렵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또 문 고문이 부산 사상구 출마를 위해 엄궁동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실제로는 월세로 계약을 해놓고 전세 계약을 한 것처럼 꾸몄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문 후보 측은 "전ㆍ월세 계약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무현 프레임'한계 지적도 제기
문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지도자로서의 자질 유무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으로 친노 프레임에 갇혀 있는 데다 조직을 이끌고 비전을 제시하는 선도적 리더십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전 정권과 연관된 정책이 이슈화할 때 상대 진영에게 공격 당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재협상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지 등과 관련해 '민주당의 말 바꾸기'를 공세의 대상으로 삼아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고 이 경우 문 후보가 타깃의 중심에 설 것이란 이야기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 서거에는 주변 친인척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ㆍ민정수석이 있다"고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것도 문 후보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 후보'라는 이미지는 자칫 과거 지향적이란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야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 공평·정의 강조… 재벌 지배구조 개선 초점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공평과 정의를 나라의 근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의는 경제 분야에서 더욱 강조되어야 하고 경제민주화 정책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문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재벌 지배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대기업 순환 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도 도입 ▦금산분리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중 대기업 순환 출자 금지의 경우 신규 출자는 물론 기존 출자도 유예 기간을 두고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규 출자만 규제하겠다고 밝힌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책에 비해 규제 의지를 보다 분명히 밝힌 것이다.
재벌 개혁과 함께 문 후보가 강조하는 것은 성장이다. 그는 앞서 대선 출마 선언에서도 기존의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가 우선이냐 하는 이분법적 태도에서 벗어나 성장과 분배, 환경과 평화가 선순환하는 4대 성장 전략(포용적 성장, 창조적 성장, 생태적 성장, 협력적 성장)을 강조했다. 이는 '저성장 시대 극복'이란 문 후보의 문제 의식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주로 일자리 정책에 반영돼 있다.
4대 성장 전략 중 핵심은 분배를 강화해 서민과 중산층의 구매력을 확대시키고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포용적 성장이다. 이를 위해 ▦최저 임금을 단계적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치의 50% 수준까지 인상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 설치 ▦동일 가치노동 동일 임금 실현 등을 제시했다. 기존의 승자 독식 구조를 타파하고 좋은 일자리를 양산해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복지 확대를 통해 보육, 교육, 의료, 요양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도 3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또 생태적 성장과 관련해선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2030년까지 20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교육 정책으로 채용 서류에 학력 기재를 없애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제'와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지방대 출신 할당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간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또 여성 정책으로는 30만명의 가사도우미, 간병인 등 가사노동자들에게 사회보험과 최저 임금을 보장하고 육아 휴직 급여를 임금의 40%에서 70%로 인상하고 생후 1년 이내 '2주간 아버지 휴가' 제도화 등을 제시했다.
외교안보 정책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상설위원회'를 설치하고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을 풀기 위해 취임 초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이를 정례화한다는 입장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문 후보가 대기업 순환 출자 전면 금지를 내세웠으나 이 경우 외국 자본의 침투 등 경제적 부작용이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며 "이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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