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000만명의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이 21일 오후 반나절 동안의 폭우에 일부 도시의 기능이 마비되고 3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호우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냈다.
신화통신(新華通訊)은 21일 낮부터 베이징에서 천둥, 번개를 동반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22일 새벽 2시 현재 강수량이 212㎜(시내 기준)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1951년 기상관측 기록을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이날 베이징시 전역은 도로와 주차장이 물바다로 변하면서 교통이 두절되고, 통신망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장애가 잇따랐다. 시내 저지대에서는 물이 2m 이상 차 올랐다. 특히 베이징시 남서쪽의 팡산(房山)구는 460㎜의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신화통신은 22일 밤 베이징의 사망자가 37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25명은 물에 빠져 숨졌고 6명은 가옥 붕괴로 사망했다. 호우로 고립된 주민을 구하다 물에 잠긴 전선에 감전된 광산구 파출소장 등 5명은 감전으로 사망했으며 낙뢰로 인한 사망자도 1명 발생했다.
하늘길도 꽉 막혔다.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선 무려 230편의 항공 노선이 취소됐고 250편은 지연됐다. CCTV는 공항에서 발이 묶인 여행객이 8만여명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과 광둥(廣東)성을 연결하는 철도 노선과 일부 지하철, 버스 등도 운행을 멈췄다.
베이징은 연 평균 강수량(1971~2000년)이 서울의 40% 수준인 570㎜에 불과할 정도로 건조하다. 그러나 최근 비 오는 날이 많아 서울의 장마철을 연상시킨다. 일각에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이뤄진 인공강우 이후 날씨의 변덕이 심해졌다는 점에서 인공강우의 후유증이나 부작용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이상 기후의 하나란 설명도 적잖다. 이날 폭우는 베이징시뿐 아니라 간쑤(甘肅)성과 쓰촨(四川)성, 산시(陝西)성과 톈진(天津)시 등에서도 큰 피해를 입혔다. 베이징시 기상대는 25, 26일에도 큰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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