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범죄 사건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제주에서 실종된 40대 여성 강모씨 신체 일부 유기 사건을 보는 범죄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피해자의 잘린 오른손목을 운동화 안에 넣어 버스정류장에 놓아둔 엽기적인 범행 때문이다. 최초 목격자에 따르면 강씨의 운동화는 버스정류장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 전문가들은 "신체의 일부를 공개된 장소에 보란 듯이 갖다 놓은 사건은 처음 본다"고 입을 모았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범죄학ㆍ범죄심리학)는 22일 "손은 지문과 손금 등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집합돼 있는 신체 부위인데 이를 버스정류장이라는 공개된 장소에 마치 전시하듯이 올려놨다"며 "범인은 '잡아볼 테면 잡아보라'는 과시욕을 드러내거나, '나도 내 살인충동을 어쩌지 못하니 제발 잡아달라'는 무의식적인 호소를 하는 이상심리 범죄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범인이 3년 전 제주에서 발생했지만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제주 어린이집 여교사 살인사건'과 동일범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2009년 2월1일 새벽 3시쯤 실종된 여교사 A(당시 27세)씨가 일주일 뒤 제주 애월읍 고내봉 동쪽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공교롭게도 제주서부경찰서는 지난달 15일 이 사건의 수사본부를 해체하기로 했다. 동일범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재범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두 사건에는 피해자의 소지품 일부를 버려둔 것, 피해자가 새벽에 실종된 것 등 공통점이 있다"며 "피해자의 실종ㆍ유기 장소가 제주 토박이라면 잘 아는 올레길 주변이라는 점, CCTV가 드문 장소라는 점에서 현지인의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신의 일부를 놓아둔 수법은 자신을 찾아낼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있는 자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원한 관계에 의한 지인의 범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표창원 교수는 "손목은 일반적으로 구속이나 속박을, 신발은 이동이나 도주를 상징한다"며 "피해자가 자신에게서 벗어나려 하는 데 대한 분노가 살인으로도 충족되지 않아 이를 신체 유기로 드러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체 유기는 수사의 초점을 흐리려는 행동일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범죄 전문가는 "해외 사례를 볼 때 연쇄살인은 피해자에게 모욕적인 부위를 드러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범인이 일부러 주거지나 범죄지와 떨어진 곳에 갖다 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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