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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거래제 이렇게 대비하자/ (상) 독일 기업의 성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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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거래제 이렇게 대비하자/ (상) 독일 기업의 성공 사례

입력
2012.07.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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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감히 투자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라"

대기오염에는 국경이 따로 없다. 지구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은 지구촌 전체의 과제다. 고속 성장의 신화를 이룬 우리에겐 더욱 절실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1990~2007년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1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더구나 2020년부터 우리나라도 감축 의무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대비한 카드가 온실가스(탄소)배출권거래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남은 만큼의 배출량 쿼터를 사고 팔도록 한 배출권거래제는 산업계의 반대와 우려 속에 5월 관련 법이 공포돼 2015년 시행될 예정이다. 23일 입법예고를 앞두고, 200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독일을 찾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기업 현장을 살펴봤다.

18일 오전 10시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자동차로 1시간쯤 떨어진 루더스도르프에 위치한 독일 시멘트회사 씨멕스(CEMEX) 작업장에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인부들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연간 시멘트 200만 톤을 생산하는 씨멕스는 독일 최대의 시멘트 회사다. 유럽연합(EU) 배출권거래제 시행 1기(2005~2007년) 때부터 참여한 이 기업은 201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보다 3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생산량 감축 없이 배출량을 줄인 그 비결이 뭘까.

피터 스쿠어 씨멕스 환경관리팀 수석 매니저는 친환경 시설 정비를 이유로 꼽았다.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태우는 보일러에 석탄 이외에 목재나 고형 하수쓰레기 등 2차 연료를 태우는 설비를 마련한 것. 또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는 친환경 소성로를 구입했다. 이런 시설비 투자에만 연간 1,000만~2,000만 유로(약 140억~280억원)를 들인다. 시설투자가 끝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이해도 구해야 한다. 스쿠어 수석 매니저는 "폐기물 연료가 유해한 것 아니냐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폐기물 저장고도 바꾸고 운반도 엄격히 하는 것은 물론 공청회와 전문가 교육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배출권거래제의 성과는 적지 않았다. 스쿠어 수석 매니저는 "2기(2008~2012년)부터 배출권을 팔기 시작했고 7년간 쌓은 감축기술로 앞으로 형성될 국제시장에서 우위를 다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씨멕스와 같은 기업의 노력 덕분에 독일은 교토의정서가 제시한 감축의무를 조기 달성할 수 있었다. 2012년까지 1990년 배출량 대비 21%를 감축해야 하는데 목표를 2010년에 이룬 것이다. 안길리나 스무다 독일 환경부 기후변화국 사무관은 "독일은 2011년 3% 경제성장을 이뤘음에도 배출량은 2008년 대비 4.7%, 2010년 대비 1% 감소했다"며 "배출권거래제가 안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에게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할당량에 대한 규정과 가이드라인이 자주 바뀌어 생산량과 배출량 예측이 불확실하기 때문. 스쿠어 수석 매니저는 "현재 감축 가능한 수단을 다 도입했는데 2013년 시작되는 3기부터는 어떻게 더 감축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씨멕스의 감축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씨멕스는 시멘트 원재료를 바꾸거나 특수제작 보일러를 만드는 등 추가 감축을 위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의 배출권거래제 할당과 등록, 관리를 담당하는 연방환경청 온실가스종합센터(DEHSt) 중앙등록부 관리자 마이클 사이퍼르트씨는 "독일의 기업들은 매해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꼼꼼히 기록해 방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데 이것이 국제사회 협상에서 발언권의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1,650개 업체를 관리하는 DEHSt는 기업을 파트너로 여기며 배출량 감축을 위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루더스도르프(독일)=정승임기자 choni@hk.co.kr

■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하면 권리 팔아 수익… 유럽은 7년전부터 시행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 취지는 한마디로 '시장원리를 이용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에 가격을 매겨 국가나 기업이 배출할 권리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기업이 배출량 감축기술 등을 개발해 정부로부터 받은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하면 남은 만큼 시장에 내다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반대로 할당량보다 많이 배출한 기업은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 일종의 증권거래소와 비슷한 개념이다.

올해부터 실시되는 목표관리제와 다른 점은 감축을 유인하는 인센티브 유무다. 목표관리제는 정해진 감축량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기업에게 추가 감축의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배출 한도를 넘길 경우에 과태료(1,000만원 이하)만 내면 된다. 이런 점에서 추가 감축 시 수익을 낼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는 목표관리제보다 더 유연한 제도라 할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평가되고 앞으로 글로벌 탄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30개국은 2005년부터 이미 시행해왔고 세계의 공장 중국은 내년부터 7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미국도 일부 주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호주는 2015년 7월부터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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