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만장굴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운동화 속에 든 채 발견된 절단된 여성 손목(본보 21일자 8면)은 올레길 여행에 나섰다가 실종된 강모(40)씨의 신체로 확인됐다. 경찰은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손의 지문이 강씨의 지문과 일치함에 따라 강씨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후 유기된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강씨가 제주로 온 후 머물렀던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의 숙소 부근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실종 장소로 추정되는 올레 1코스 인근과 마지막 휴대폰 사용 신호가 잡힌 구좌읍 종달리, 신체 일부 발견장소 부근 등의 CCTV 등을 분석하며 용의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올레길 주변에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올레길에도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강씨의 신체 부패 상태로 볼 때 실종 당일인 지난 12일쯤 살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한편 강씨의 신발로 확인된 운동화에 흙이 많이 묻은 점으로 미뤄 올레길을 걷던 중 피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만장굴 입구 버스정류장의 마지막 버스 정차시간이 밤 10시 전후이기 때문에 20일 자정에서 새벽 사이에 신체가 유기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지난 11일 2박3일 일정으로 제주에 온 강씨는 성산읍 시흥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고 12일 오전 7시쯤 올레길 1코스를 걷겠다며 이곳을 나선 후 소식이 끊겼다. 당시 올레 1코스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경찰은 강씨의 금융거래 내역 확인 결과 지난 10일 통장에서 게스트하우스로 송금한 내역을 비롯해 항공료와 버스이용료 등이 확인될 뿐 실종 이후 거래나 카드 사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강씨는 지인 관계 등에서도 특별히 원한을 살 만한 요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서귀포=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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