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2의 외환방어벽으로 불리는 외화예금을 늘리기 위해 은행세 감면 등 당근을 제시하자 은행들이 잇따라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상품 특성상 환율 변동성에 노출돼 있고 원화 예금보다 금리도 낮아 기대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에만 은행 두 곳에서 외화예금 상품을 내놨다. 은행 대부분이 길게는 2년 전 외화 관련 상품을 출시한 이후 감감무소식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환율케어 외화적립예금'을 선보였는데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유로화 등 11개 통화로 가입할 수 있고 최고 0.7%포인트(3년 기준)의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게 특징이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호로,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2호로 가입하는 등 은행 차원에서도 공들이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유학생이나 기러기 아빠 등 해외 송금이 잦은 고객을 타깃으로 만들었다"며 "이 상품에 적립한 자금으로 해외 송금 시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등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많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도 특판형 외화정기예금인 '외화공동구매정기예금' 판매에 들어갔다. 8월10일까지 한정 판매하는데 가입 가능 통화는 미국달러화, 유로화, 일본엔화, 영국파운드화, 스위스프랑화 등 13종이다. 가입기간은 3개월에서 1년까지로 최종 모집금액이 500만달러 상당액 미만 시엔 0.05%포인트, 그 이상이면 0.1%포인트의 우대이율이 적용된다.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최대 0.1%포인트의 이자가 더 붙는다.
이에 질세라 하나 KB국민 기업은행 등도 이르면 8월 출시를 목표로 상품 개발에 한창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외화예금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건 정부의 외화예금 확충 정책 때문. 정부는 지난달 말 외화예금 중장기 확충 방안의 일환으로 재외동포 등 비거주자가 국내은행에 외화를 맡기면 15.4%의 이자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안과 외화예금 유치 실적이 뛰어난 은행에 외환건전성부담금(은행세)를 깎아주는 방안 등을 내놨다. 창고에 쌓인 외화예금은 대외 위기 시 외환보유액처럼 안전판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4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외화예금은 356억달러로 은행 총수신의 3% 정도에 불과한데 정부는 이를 10% 이상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바람과는 달리 은행들은 재외동포를 유치하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국내 거주민중 기러기 아빠와 유학생 등 극히 일부 계층만을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외동포 등을 국외 거주민을 끌어들이려면 원ㆍ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해 환차익을 노릴 수 있거나 금리 혜택이 있어야 하는데 환율이 박스권에 있고 예금금리가 높은 것도 아니어서, 재외 동포에 관심을 얻기 힘들고 현재 출시된 외화예금 상품은 기러기 아빠나 무역업자 등 일부 실수요자들의 관심만 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화예금 금리가 원화예금 금리보다 턱없이 낮은 것도 문제다. 대표 외화인 달러만 보더라도 현재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의 1년 기준 예금 이율이 1.5~1.7%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정기예금 또는 적금 금리(3~4%)와 비교해도 매우 낮다.
특히 은행이 아무리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한다 해도 환율 변동의 위험을 완전히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도 적합하지 않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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