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예산 8조3,000억원에 달하는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3개 업체 중 록히드마틴사와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이 제안서 제출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사업을 재공고하기로 했다. 제안서 마감이 늦춰짐에 따라 10월 중순으로 예정된 기종결정, 12월 중순으로 예정된 본계약 체결 등 향후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시작된 FX 1차 사업 이후 제안서 요건을 갖추지 못해 사업이 재공고된 것은 처음이다.
방위사업청은 19일 "2개 업체가 한글본을 제출하지 않는 등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20일 재공고 입찰을 하고, 다음달 5일까지 제안서를 다시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EADS는 제안서 32권 대부분의 한글본을 제출하지 않았으며, 록히드마틴사는 제안서 24권 중 절충교역 관련 3권과 가격ㆍ비용 관련 1권 등에 대한 한글본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양사는 일단 국가계약법에 따라 탈락한 것이지만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자가 없을 경우 재공고 입찰에 부치도록 돼 있다. 탈락한 2개사는 관련 서류를 보완, 사업제안서를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제안서 마감이 연기됨에 따라 기종결정도 순연될 전망이다.
시기는 늦춰졌지만 같은 경쟁구도를 유지하게 된 3사는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비행이 아닌 시뮬레이터 평가만 하기로 해 논란에 휩싸인 F-35 제작사 미국 록히드마틴사는 "한국 공군 조종사가 직접 타보는 평가는 불가능하다"고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데이비드 스콧 F-35 국제고객 담당이사는 이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미래 항공전역과 항공우주산업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F-35는 미국 공군이나 해병대 조종사만 조종이 가능하다. 시뮬레이터로도 현장감을 완전히 재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우리 공군조종사들이 F-35를 추적비행하며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양국 정부가 협의를 하고 있으며,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록히드마틴사는 대신 "중국, 러시아 등 인접국들이 스텔스 기능을 갖춘 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한국 공군력을 강화하려면 5세대 전투기를 차기전투기로 선정해야 한다"며 F-35의 스텔스 기능을 강조했다.
F-15SE의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 관계자는 "현재 전투기는 유연하고 다양한 임무수행이 가능해야 한다"며 "스텔스는 만능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외부무장과 내부무장이 모두 가능한 F-15SE의 장점을 강조하고 스텔스 기능을 내세운 F-35를 깎아내린 것이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제작사인 EADS 관계자는 "전투기는 사기 전에 타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300여대가 실전 배치된 자사기종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동시에 현재 개발단계인 경쟁기종 F-35와 F-15SE의 단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군과 산업계, 학계, 언론 등 500여명이 참석,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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