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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위안부 결의안 통과 5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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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위안부 결의안 통과 5년 뒤

입력
2012.07.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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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이면 미국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규탄 결의안이 통과된 지 5년을 맞는다. 결의안 통과 이후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미국에서 진행되는 위안부 운동은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한 모습이다. 두 개의 위안부 기림비가 이를 상징한다.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팰팍)시와 뉴욕주 낫소카운티에 있는 두 기림비는 같고도 다른 조형물이다. 많은 이들이 오가는 도서관 옆에 자리한 팰팍 기림비를 세운 주체는 팰팍시 정부였다. 재미동포(한인) 사회가 1년 이상 역사적 사실을 들어 설득하고 설득한 결과, 시 의회 결의와 시 정부 예산, 기부금으로 추진된 것이다. 그래서 5월 일본이 '인센티브'를 들고 와 시 정부에 철거를 요구했을 때 한인이 아닌 시 정부가 나서서 막았다. 팰팍 기림비가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면 지난달 낫소카운티의 한적한 아이젠하워 공원에 세워진 기림비는 한국산이다. 팰팍 기림비가 뉴스 초점이 된 직후 광주광역시가 자체 예산으로 이 기림비를 한국에서 만들어 가져온 것이다. 짧은 시간에 낫소카운티의 건립 허가를 얻은 비결이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한인 인사의 건립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그 인사는 정식 로비스트도 아니다.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한다면 오산일 수 있다. 일본이 인센티브를 흔들며 철거를 요구하거나, 낫소카운티 지방의회가 문제를 제기하면 방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철거사태가 일어나면 세번째, 네번째 기림비를 세우기 어려워질 수 있다.

두 개의 기림비처럼 미국에서 진행되는 위안부 문제 알리기 운동 역시 대조적이다. 먼저 한인단체들은 풀뿌리 운동 방식으로 미 정치권을 겨냥하고 있다. 지방정부, 정치권을 움직이는 연방의원들을 상대로 정치기금을 모아주고 합법적인 로비를 통해 친 한국 이슈를, 친한파 의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의 경우 5년 전 위안부 결의안을 발의하기 이전과 결의안이 통과된 후 한인들이 그를 위해 수차례 펀드레이징을 연 것은 당연했다. 반면 가수 김장훈씨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미 주류언론에 일제 위안부 고발 광고를 게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이 해외광고가 '독립운동'처럼 비쳐질지 모르나 솔직히 미국에서 그 반향이 어떨지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재미난 것은 광고는 뉴욕타임스에 게재됐는데 광고 홍보는 한국 취재진을 상대로 이뤄지고, 광고의 반향도 국내에서 더 커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광고비가 풀뿌리 운동에 쓰였다면 더 많은 의원들을 친한파로 만들어 더 유리한 의회 환경을 만들었을 것이란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방향을 잡지 못하는 위안부 운동의 모습은 우리 외교에서도 마찬가지다. 결의안 이후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내부 발언일 것이다. 그는 위안부를 성 노예로 부르며,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마치 2차대전 승전국처럼 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외교당국은 힐러리 장관의 비공개 발언이 우리의 입장에 와 있다며 만족해 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힐러리 장관과 달리 국무부의 위안부에 대한 입장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일 분쟁 사안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힐러리 장관의 발언이 국무부 정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의 말은 듣기 좋은 립서비스에 불과할 뿐이다. 당연히 두 입장 차이를 좁히는 외교가 필요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5년 전 미 의회에서 일본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위안부 이슈를 한일 과거사가 아닌 인권 문제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때처럼 인권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외교력을 집중한다면 미 국무부의 기계적 중립 입장도 달라지지 않을까. 결과를 떠나 대통령이라도 나서 외교당국에 '해봤어?'라고 주문했으면 싶다.

이태규 워싱턴 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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