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베테랑 이코노미스트가 자신이 20년 간 몸담은 기구의 무능과 악습을 고발하며 사표를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CNN 방송은 피터 도일 IMF 유럽국 선임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18일 샤쿠르 샬란 집행이사에게 보낸 사직서를 단독 입수해 20일 공개했다.
도일은 사직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가 오기 한참 전에 이미 위험이 감지됐지만 IMF는 해당국들에게 이를 경고하기는커녕 오히려 은폐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유로존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지난 2년간 IMF는 늘 한 발 늦은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렀다"며 그 결과 그리스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위기 경고를 하지 않은 것은) 가장 기본적인 단계에서 실패한 것"이라며 "IMF에서 20년 간 일한 것이 부끄럽다"고 자조했다.
도일은 IMF 유럽국에서 비 유로존 국가인 스웨덴과 덴마크를 담당했으나 방송은 내부 관계자를 인용, 그가 조직 내에서 높은 신망을 얻고 있었다고 전했다.
도일은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로 IMF의 불공평한 총재 선출 과정을 지적했다. 그는 IMF 최초의 여성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를 향해 "부패했다"며 "그의 성별과 순수성, 기백도 선출 절차의 근본적인 불합리함을 만회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IMF는 45년 설립 이후 관행적으로 유럽 출신을 총재로 선출해 왔는데, 도일은 이런 유럽 편향 때문에 IMF가 감시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대해 빌 머레이 IMF 대변인은 "(도일이) 지적한 문제점들은 IMF가 발표한 성명서에 이미 나와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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