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에서 지난 16일 등굣길에 실종됐던 초등학생이 일주일 만에 주검으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범인은 성폭력 전과가 있는 40대 이웃마을 아저씨로 드러났다.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다시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실종됐던 한아름(10)양의 집에서 100m쯤 떨어진 이웃마을에 사는 고물수집상 김모(44)씨를 22일 한양 살해 용의자로 긴급체포한 경찰은 김씨가 2005년 같은 마을 6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돌로 때린 혐의로 4년간 복역한 적이 있는 등 전과12범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이 서로 얼굴을 다 아는 마을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끔찍한 범행이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하다. 2009년 5월 출소한 김씨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두살 된 딸을 두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평소 왕래가 잦아 한 동네나 다름없는 작은 마을에서 이처럼 끔찍한 일이 일어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김씨가 가정을 꾸려 열심히 사는 줄 알았는데 어린이를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되풀이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마을 버스정류장 인근 밭에서 트럭을 세워놓고 일을 하고 있는데 한양이 학교까지 태워달라고 했다"며 "차에 태운 뒤 강제로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 했지만 울면서 반항해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말했다. 한양의 시신 유기에 대해서는 "아내가 딸과 함께 나가 집을 비운 사이 한양의 시체를 노끈으로 묶어 마대자루에 넣은 뒤 트럭 조수석 밑에 싣고 인평동 야산으로 가서 매장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김씨는 경찰이 한양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이는 와중에도 태연하게 마을을 돌아다니다 방송기자와 인터뷰를 하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16일 (오전) 7시30분쯤 집을 나와 (한양이) 정류장에 있는 것을 보고 밭으로 갔다. 그 이상은 모르겠다"고 뻔뻔하게 말했다.
한양의 아버지는 지난 16일 딸이 학교에 간다며 집을 나간 뒤 귀가하지 않자 오후 10시쯤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18일 오후 한양의 집에서 마을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도로변 하수구에서 한양의 휴대전화를 발견, 통화 및 문자메시지 내역 확인과 지문감식에 나섰으나 실종 당일인 16일 오전 7시56분쯤 전원이 꺼진 것만 확인했을 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9일부터는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수사본부를 설치해 수색을 벌여왔다.
경찰은 CCTV 영상에서 한양이 버스를 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범죄 전력이 있는 주변인물 2명을 용의선상에 올린 뒤 탐문수사를 벌이던 중 버스정류장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 주차돼 있던 김씨의 1톤 트럭 안에서 문구용 칼을 발견, 혈흔을 찾아냈다. 김씨의 진술과 실종 현장 CCTV 분석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점 등에 주목한 경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21일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검사에 동의했던 김씨는 20일 밤 집을 나가 잠적했다. 경찰은 22일 오전 9시40분쯤 마을에서 2㎞쯤 떨어진 통영시 산양읍 통영스포츠파크 인근에 있떤 김씨를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은 문구용 칼에 남은 혈흔은 김씨가 한양의 시신을 묶은 뒤 노끈을 자를 때 묻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붙잡힌 김씨가 "21일 농약을 마셨다"고 주장해 병원에서 음독 여부를 검사했으나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다시 경찰서로 압송한 뒤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추문구 통영경찰서장은 "성폭행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한양의 시신을 부검키로 하는 한편 김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인 후 23일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통영=이동렬기자 dylee@hk.co.kr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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