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가 잘 맞으려면 현장 조사부터 정확해야 합니다."
22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우기종(사진) 통계청장은 현장을 자주 찾는 최고경영자(CEO)다.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틈나는 대로 조사 현장을 방문한다. 서민물가가 집계되는 전통시장부터 파종량 파악을 위한 무ㆍ배추밭, 외국인 고용이 밀집한 안산공단과 다문화가정까지. "조사원들이 현실을 잘 담아 내려면 무엇이 필요한 지 관리자가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현장경영 신조다.
청장의 현장방문은 조사기법도 변화시켰다. 지금까지 사용해 온 획일적 양식의 다문화가구 실태조사표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결혼이민자들에게 잘 맞지 않았다. 우 청장은 각국 대사관 자문을 거쳐 질문지를 출신국 별로 다양화하고 글을 모르는 이민자들을 위해 현장 조사 시 반드시 통역지원을 동반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통계청은 요즘 큰 전환점에 서 있다. 고령화의 여파로 향후 20~30년간 우리 사회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ㆍ문화적으로 대대적 구조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거시ㆍ미시 차원의 다양한 통계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게 우 청장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통계청은 다문화사회 진전 등을 감안해 먼저 거시 측면의 기존 13개 사회지표 체계를 올해 말까지 새롭게 개편해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또 시대 변화에 맞게 장래가구추계(인구), 외국인고용조사(고용), 가계금융복지조사(복지) 등 새 지표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실업률 통계가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우 청장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제 기준대로 작성하고 있지만 선진국보다 실업보험이 덜 발달한 점, 청년층의 군복무, 높은 대학진학률 등 한국만의 특성 때문에 통계의 정확성에 대한 체감도가 낮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높은 불완전 취업 비율과 저임금 문화, 학력과 취업의 불일치 등 특수성을 반영할 보조지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내년 국제노동기구(ILO) 회의를 거쳐 새 국제기준이 정립되면 2014년에는 한국만의 새 지표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 청장은 선진국으로 가려면 통계청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854개 국가 통계 중 통계청이 직접 생산하는 건 54개뿐이고 나머지 기관별 통계 800개는 통계청이 검증ㆍ승인토록 하고 있지만 각 기관마다 통계담당 인력이 평균 1.9명에 불과하다"며 "나라 전체의 통계품질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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